국방논단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하나님 사랑 2013. 2. 26. 06:56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차동길

동북아 정세와 한반도.

세계는 엄청난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세계 정치의 구조는 2차 대전 후 경양극 체제에서 연양극 체제로 바뀌었으며, 얼마 후 연양극 체제 속의 다극 체제로 변모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국제 정치 체제가 미처 정착되기도 전에 구소련의 붕괴로 인해 약 40년에 걸친 제로섬 게임 형태의 미소 양극체제가 사라지고 새로운 국제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새 세계질서에서 미국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대외정책에서 미국의 국가이익은 초강대국으로 유지되는 것, 유럽과 아시아에서 정치․군사적 패권국가의 등장을 방지하는 것, 제 3세계에서 미국의 명확한 국가이익을 보호하는 것 등의 3대 전략적 이익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걸프전의 승리가 관련 국가들의 엄청난 전쟁비용의 부담으로 가능했듯이, 더 이상 미국은 과거와 같은 '세계 경찰' 노릇을 할 능력도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반대로 미국이 분할된 세계정치와 무관하게 국내문제에만 전념하는 고립정책을 추구해서도 안 된다. 왜냐하면 세계질서를 위해 UN이나 주요 국가들을 설득하고 동원할 수 있는 국가는 아직 미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새 세계질서의 하위체계로서 동북아의 국제 정치구조도 급격히 바뀌고 있다. 한국의 북방외교, 일본의 UN안보리 상임이사국 추구, 플루토늄 도입, 중국의 남중국해의 패권 장악을 위한 해군력과 공군력의 증강, 북한의 핵무기 개발, 한국-대만의 관계악화 등 동북아정세는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과거 동북아의 안보 체제는 미국이 한국, 일본, 대만과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여 구소련과 중국을 봉쇄함으로써 구축되었다. 그러나 불행한 것은 현 상황에서 신뢰할 만한 동북아 지역의 평화구조나 그 대안이 없다는 사실이다. 우선 적의 개념이 불분명해지고, 이 지역에 한국과 중국의 두 개의 분단국가가 존재하기 때문에 집단방위체제의 등장이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이 지역은 중국, 러시아, 일본, 미국 등 강대국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UN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이 높아, 동북아 국가들이 신세계평화 구축체제에 의존하기도 매우 어렵다. 게다가 북한이나 중국의 폭발적 체제붕괴나 구소련의 민족분규의 확산 등 이 지역의 심각한 잠재적 문제들에 대해 완벽하게 대처할 수 있는 동북아 평화구조나 방안은 없을 것이다. 동북아 평화체제의 창조에 한국이 기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이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한국은 경제를 포함한 다방면적인 교류의 활성화로 독일식 흡수통일을 기도할 것인지, 북한의 내정이 악화되어 우발적인 사태가 발생하기를 기다릴 것인지, 아니면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낮은 단계의 국가연합을 거쳐 연방제 통일을 지향할 것인지 대북통일정책의 뚜렷한 방향을 설정해야 할 것이다.

남북한과 동북아지역 국가들은 상호 긴밀한 관계를 통해서 안정과 번영, 자국의 이익을 추구해왔으며, 그래서 동북아지역 국가들의 국내외 정세는 한반도 문제에 대단히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럼 동북아 지역의 특징과 주변국의 동북아 정책에 관해 알아보자.

 

1. 동북아질서의 특징.

1) 동북아질서의 구조적 특징 : 협력과 갈등.

한반도의 주변에는 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의 다양한 성격을 지닌 세계적인 강대국들이 위치함으로써 항상 지정학적인 불안을 지니고 살아왔다. 이런 한반도 운명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동북아지역의 역학관계나 질서체계는 기본적으로 4강2약의 구도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고, 2차 세계대전 이후 동북아 국제체계와 질서는 3단계에 걸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첫째. 2차 세계대전 전후의 동북아 질서의 구도는 냉전시대의 일반적인 추세를 반영하면서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이념적 차원의 양극체제로 재편되었다. 이시기에 동북아 지역 국가들은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어느 한쪽과의 일방적인동맹을 형성함으로서 미소를 정점으로 하는 위계질서를 구축하게 된다.

둘째. 이런 관계는 1960년대 초반 이후 미.중.소의 전략적 삼각체계로 재편성 된다. 1960년대의 중소분쟁은 동북아 지역의 역학관계를 본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는데, 이들 미.중.소 3강은 이념적 요인의 구속에서 벗어나 각기 자국의 이익을 증대하기 위해서 적략적 연합을 추구하면서 힘의 역학관계를 형성하려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런 전략적 삼각구도는 동북아지역의 긴장을 완화시켜서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 1979년 미.중 국교정상화의 성과를 거두게 된다.

셋째. 1960-1970년대를 지나면서 동북아 삼각구도는 일본의 경제대국화에 따라 4강체제로 재구성 되면서, 한층 복잡한 역학관계가 작용하는 구조로 변화하게 된다. 이시기에 4강체제는 해당국가 사이에 정치,군사,경제적 상황에 따라서 불균형적인 4강체제을 형성하였으나, 중국과 일본의 성장으로 점차 균형체제로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에 이른 동북아와 한반도 정세는 이들 4강의 첨예한 전략적, 경제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서로 협력하고 견제하는 복잡한 상호작용 관계로 얽혀 있다. 그러나 냉전과 탈냉전시대를 떠나서 동북아 질서의 형식과 내용을 규정하는 것은 미국의 태도다.

미국의 동북아정책은 동북아 질서의 성격을 규정하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미국은 냉전의 종식으로 이념문제에서 벗어나 경제이익을 중요시하면서 자신을 아시아.태평양 세력임을 주장하며 이 지역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동북아 정책의 기조를 쌍무주의에 기초해서 전개하고 있다. 쌍무주의는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을 용이하게 하면서 패권적인 지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책은 동북아지역 국가 간 쌍무관계 정상화로 요약할 수 있는데, 이런 노력은 1972년 중.일 관계정상화, 1979년 미.중 관계정상화, 1989년 중.소 관계정상화, 90.92년 한.소,한.중 수교 등으로 나타났고 최근에는 북한에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런 관련국 간의 쌍무적 관계는 국제적 사안에 대한 일괄적 협상이 불가능한 구조적 특징을 보여 왔다. 따라서 최근에는 동북아지역의 안보와 경제의 다자간 협력기구의 창설이 논의되는 한편, 미국의 역내 균형자 역할을 수행하며 각국의 영향력 증대에 다른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 될 것으로 전망된다.

 

2) 탈냉전시대 동북아 질서의 역동성.

냉전체제의 미소 중심의 이데올로기와 체제동질성에 기초한 남방삼각과 북방삼각의 집단적 대결구도는 90년대를 전후로 한 탈냉전의 조류에 편승해 재편성되었다. 탈냉전 시대의 미국 중심의 일초다극체제는 동북아지역에서의 미국에 패권에 대한 역내 국가들의 수용태도와 더불어 협력, 견제 및 경쟁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

첫째. 탈냉전시대 동북아 역내 국가들도 양자관계의 재정립을 통해 자국의 안보와 국가이익을 증대하려는 노력을 전개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과 일본, 중국이 동북아 패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다시금 성장하고 있는 러시아가 가세해 혼란스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각기 전략적 차원에서 양자관계 개선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는 역내에서 세력균형을 도모하기 위한 방편으로 보인다. 이런 역내 국가 간의 상호협력과 견제는 어느 한 나라의 패권적 영향력을 행사하기 어렵게 만들면서, 상호간에 전략적 협조관계를 통한 4강간의 ‘느슨한 균형’의 관계를 통한 공존의 시대가 도래 하고 있다.

둘째. 역동적인 경제성장과 상호의존의 증대현상.

동북아 지역은 세계에서 가장 급격하게 발전하고 변화하는 지역이다. 이들 역내 국가들은 이런 발전에 기초한 국가역량을 바탕으로 동북아 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정책노선을 전개하고 있다.

셋째. 역내 국가들 사이의 경쟁심화와 군비확장의 추세.

역내 국가들이 자국에 유리한 지역질서를 형서하기 위해 경쟁하는 가운데 군비경쟁이 심화되고 있는데 이런 부분은 신냉전을 형성할 수 있는 위협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런 군사력증강은 해군력에 집중된 군비확장, 고도의 첨단무기 도입, 미사일 등의 운반장비의 개선과 확산, 수입의존 감소와 자체개발에 역점을 두려는 특징이 있다.

이렇듯 동북아 역내 국가들 사이에는 정치, 경제, 군사 부분 등에서 협력과 갈등의 요인이 동시에 존재하는 특징이 있다. 동북아 지역이 내포하고 있는 과도적 모순과 불일치는 지역의 불안정과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런 갈등의 요인들에는...

a. 한국과 중국이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 양국 모두 하나의 민족국가 건설을 주장하며 동북아 정세에 불안을 형성하고 있다.

b. 사회주의 국가들의 불확실한 전도 : 성공적으로 사회주의 시장경제체제를 도입한 중국이나 자립형경제체제를 고수하고 있는 북한 모두 국가 내 불안정한 요인들이 계속해서 내재되어 있다.

c. 관련국의 영토분쟁 : 러일 북방영토문제, 한일 독도문제, 중일 조어도문제 등 역내 국가들 사이의 영토문제가 존재한다.

d. 역내 국가들 사이의 치열한 군사력 경쟁.

 

2. 동북아 4강의 대한반도정책.

1)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은 냉전당시는 억제정책으로, 이후에는 한반도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정책을 구사하고 있으며, 미국의 일차적인 관심은 북한의 군사적 모험을 억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탈냉전 이후 미국은 과거 대소봉쇄 일변도 정책에서 대러시아 경계 정책으로의 전환, 미국 주도의 동북아 안보체제 속에서의 미․일 협력체제 유지, 중국 정치체제의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 미국의 힘의 우위에 기초한 한반도 군사적 긴장의 안정적 관리 등을 기본적인 동북아 정책목표로 설정하고,?역내 균형자?또는 ‘정직한 중개자’ 역할을 통하여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고자 하고 있다. 미국은 군사 동맹체제 유지, 군사력의 전진배치, 전략핵 중심의 핵우산정책 유지 등 기존정책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비용절감 차원에서 그 규모와 운영방식을 대내외적 여건에 맞추어 조정하고 있는데, 전통적 군사동맹 국가와의 군사협력 관계에 있어서 지역국가가 주도하되 미국은 보조적인 지원역할을 담당하는 분업체계 형태를 선호하고 있다. 이는 한반도에서의 한국의 안보나 방어는 한국이 주도하되 미국은 지원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은 북한의 핵문제에 대해서 자국의 이익에 기초해 포용과 강경 등 다양한 방향으로 대응함으로써, 앞으로 남북한 사이의 등거리정책을 통해 자국의 이익에 부합되는 방향으로 한반도에 대한 정책조정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2) 중국의 대한반도 정책.

한반도는 중국 안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전략적 완충지대로서 매우 중요한 지역이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북한과의 특수관계를 유지해 왔고, 북한의 가장 강력한 우방국으로 국제문제에서 지원을 다해 왔다. 1992년 한.중 수교로 남북한 사이의 등거리외교를 전개 하고 있지만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는 북한에 편향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시장경제 체제 도입 이후 자국의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강조해 왔다. 한반도의 안정유지는 남북한간의 긴장완화 및 관계개선을 통한 한반도의 평화정착, 대남북한관계의 균형적 조정을 통해 한반도의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중국은 한반도에 대한 특정국가의 지배적 영향력에 반대하는 반패권주의적 입장을 적용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 과거 미소의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흡수하는 한편, 일본의 한반도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3) 일본의 대한반도 정책.

한반도의 분단상황의 최대 수혜자로 미국에 의존해서 안보부담을 최소화 시키고 그 여력을 경제성장에 집중해서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일본의 대한반도 정책은 미국과의 관계를 기초로 남한일변도로 전개하여 왔으나, 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체제를 인식하고 자주외교노선에 의한 독자적 결정으로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일본의 ‘외교청서’에 의하면 대한반도정책의 핵심은 한국과의 우호적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지만, 최근 일본의 정책은 한국과의 창구단일주의에서 벗어나 두 개의 한국에 대한 창구다원주의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다.

일본의 대한반도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에는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변화, 자국 안전에 대한고려, 한반도에 두 개 국가존재 인정, 남한의 국내정치 변화 등이 있고, 이런 요인들을 반영하여 일본이 추구하려는 목표는 한반도의 위기상황 발생방지, 일본에 적대적 정권수립 저지, 한반도에 대한 정치.경제적 영향력 확보를 통한 최대한의 자국 이익도모 등으로 요약된다.

일본의 정치세력은 통일한반도를 자신들의 잠재적 위협요소로 간주하고 있어서 통일에 있어서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한반도의 공산화나 남한에 의한 한반도 통일도 원치 않는 이른바 정경분리 또는 등거리외교를 주장하며 남북한 균형을 추구하는 이중정책을 추구해 왔다.

 

4) 러시아의 대한반도 정책.

러시아는 중국과 함께 남북한과 모두 수교를 체결한 국가로서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단을 확보하고 있다. 탈냉전 이후 러시아는 국제정세 전반에 걸쳐 직접개입보다는 입장표명을 하는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해 왔지만, 최근 국제무대에 미국의 패권주의에 다른 국가들과 전략적 협조를 통해 저지하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1990년 한소수교를 통해 북한과의 전통적 관계유지 보다는 한국과의 새로운 관계 증진에 주력 했으며, 1995년에는 ‘조소동맹조약’을 폐기하였으나, 이로서 러시아는 한반도에 대한 정치적 거점을 상실하게 되었고 남한에게도 소외되면서 다시금 한반도정책을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북한과의 관계정상화에 주력, 푸딘 대통령이 취임한 뒤 현재 거의 정상관계로 회복 되었고 2000년 양국은 ‘조.러 우호선린협력조약’을 체결한다.

러시아는 4자회담에서 배제 된 것에 유감을 표하고, 4자회담 대신 6자회담 형식의 대화채널을 선호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유지, 남한과의 경제교류를 통한 실익추구, 북한에 대한 영향력 견지 모색, 일본의 대러시아 접근 유도, 아.태지역 진출 교두보 확보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3. 남북한과 4강관계.

1) 남한의 4강관계.

- 한미관계

한미관계는 한국의 대외관계에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며, 남북한관계에 있어서도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현대 한미관계는 해방이후 북한의 소비에트화에 대응한 남한의 미국식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도입과, 미국의 대소봉쇄정책의 일환으로 한국에 대한 정치군사적 원조를 하면서 시작되었고,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자본주의 세계질서를 구축하는 하위체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한미관계의 핵심적 기초는 1953년 한국전쟁 이래 양국이 맺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통한 군사적 동맹관계를 기반으로 발전해 왔다.

한미 관계의 핵심은 북한이라는 공동의 적에 대처하기 위한 긴밀한 공조체제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남한의 미국의 대공산권 봉쇄의 전진기지로서 미국의 패권전략을 관철시키는 하위체계로 위치함으로서 종속적 군사관계를 중심으로 한 위계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한미 관계는 해방초기의 보호자-피보호자의 관계를 벗어나 최근에는 실질적인 동반자 관계로 규정될 정도로 많은 변화가 있었고, 단순한 정치.군사동맹에서 점차 사회,경제,문화 등으로 범위가 확산되면서 양국 간에 복잡한 이해관계를 형성하게 되었다.

대미의존에 일관되던 한미관계는 탈냉전과 이후, 한국의 경제성장에 따른 국제적 위상의 변화, 북미.남북관계, 국제정치의 역학관계의 변화 등에 따라 영향을 받았다. 최근의 대북문제를 둘러싸고 발생한 한미간의 불일치는 남북관계의 진전 없는 북한의 대외관계 확대를 좌시할 수 없는 남한과, 한반도의 두 개의 국가 실체를 인정하고 그 연장선에서 독자적인 길을 가려는 미국의 욕구가 바탕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한국의 건국에서 오늘날 까지 사회 전반에 걸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우리의 막강한 우방으로 자리 했지만, 한미 사이에는 광주민주화운동, 통상문제, 대북문제 등 다양한 형태의 갈등이 발생하며 한국 내 반미운동이 전개되는 상황으로, 한미공조가 약화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한국인들은 주한미군 주둔이 미국의 전략적 필요성에 의해 유지되고 있음을 인식하고 탈냉전 시대 미국의 일방적이고 전폭적인 지지를 기대해서는 안 될 것이다. 미국에게 한국은 전략적 가치는 있지만 매력적인 국가는 아니며, 이에 따라 최근의 주한미군 역할조정 등을 통해서 한반도 문제에서 주도적 역할 대신에 보조적 역할을 담당하는 분업체계로 전화하려 하고 있다.

 

- 한일관계

한국과 일본은 1965년 국교정상화를 위한 기본조약 및 관련협정을 체결함으로써 현대 국가로서의 외교관계를 형성했다. 한일관계는 역사.정치.경제 등의 다양한 측면이 혼재된 다차원적인 관계로 구성된 갈등과 협력의 역사다.

한일 교류와 협력의 역사는 양국의 이해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안보문제와 경제문제를 중심으로 발전해 왔다. 특히 안보를 미국에 의존하며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삼각공조체제를 구축해 주변 국가들로부터의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협력해왔으며, 북한이라는 공동의 적에 대응하기 위해 쌍무적 차원의 협조체제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한일 양국은 과거 식민지-피식민지의 역사적 감정의 골이 깊게 남아있어 양국 관계에서 국민정서가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합리적인 관계설정이 어렵다. 따라서 양국 관계는 엘리트계층에 의해서 주도되어 왔다.

양국의 교류가 증가하면서 경제부분에서도 무역불균형 등의 문제가 심화되어 왔으며, 독도영유권문제, 정신대, 역사교과서, 어업분쟁 등의 민감한 문제가 여전히 내제되어 있다.

 

- 한중관계

1992년 한중수교를 시작으로 양국관계는 주로 상호보완적인 경제구조를 반영하여 경제교류와 협력에 기초한 상호의존 관계를 중심으로 전개되어 왔다. 수교초기 중국은 남한과의 경제관계, 북한과의 정치.군사관계를 중심으로 분리주의적 입장을 보였으나 점차 정치일체화의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한중관계도 양국의 쌍무적 차원을 넘어 북한이라는 변수에 영향을 받는 다자관계 형식을 보이게 되었다.

양국의 경제의존도는 갈수록 심화되어 중국은 한국의 제1교역국으로 부상하였고, 한국도 중국의 2~3대 교역국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은 한국과의 경제관계 강화를 통해 서방에 대한 경제 의존도를 줄여 서방국가들에 대한 정치력을 강화하는 한편, 한중관계를 통해서 미국의 한반도 내 패권적 지배를 견제 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여전히 한중관계에 북한의 입장을 고려하고 있으며, 최근 조선족문제와 동북공정 등의 문제를 둘러싸고 양국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 한러관계

1990년 한소수교와 냉전의 종식,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 등을 계기로 러시아는 북한과의 전통적 우호관계 대신에 남한과의 경제(기술과 자본)를 중심으로 한 관계발전에 노력해왔다. 따라서 러시아에게 한반도의 안정은 중요하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남한을 중심으로 한 관계개선 노력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줄어들었고, 미국과 군사동맹을 체결한 남한의 특수성과 북미핵협상을 통한 미국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4자회담 당시 러시아를 제외시킨 것에 불만을 지니고 있으며, 한때 외교관 추방 등의 극단적 상황이 전개되기도 했다.

최근 푸틴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의 한반도 영향력 확대, 대북 영향력 감소에 따른 한국의 무관심 등을 반영해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 시키고 있다.

한러관계도 한중관계처럼 북한이 변수로 자리 잡은 다자간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2) 북한의 4강관계.

- 북미관계

미국은 대소봉쇄 정책의 일환으로 북한에 대한 경제.외교적 고립을 도모하고, 강력한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반도 문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 초점을 두어왔다. 그러나 탈냉전의 영향으로 이런 적대적 관계에 변화가 오면서 쌍방간 대화를 성사시키는 한편, 북한의 유엔가입 등을 통해 미국의 대북관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음을 볼 수 있다.

이런 변화는, 1993년 북한 핵의혹 당시 미국이 북미간 직접 대화채널을 가동하면서 핵문제를 대화와 협상의 틀에서 순조롭게 해결함으로서, 양국관계를 적대관계에서 외교관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기반을 마련하게 되었다. 이후 북한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를 중심으로 합의사항의 구체적 실천, 이행조치 마련을 위한 후속회담을 비롯한 쌍방의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협상관계를 유지해갔으며 미국 역시 제네바 협상의 이행 차원에서 95 ‘대북경제제재완화’와 ‘미북직통전화개설’, 96 ‘대북인도적지원규제해제’ 등의 적대적 조치 완화를 통해 관계개선의 기반을 조성했다.

그러나 양국의 관계개선 노력은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양국의 현저한 입장 차이를 중심으로 남한의 수용태도, 미국 내 보수세력의 견제 등의 다양한 불안정 요소들이 내재해 있다. 양국 관계가 정상적인 외교관계로 발전하기까지는 많은 과제가 남아있는데, 특히 북미관계는 단순히 양국의 쌍무적 관계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한미관계나 주변국들의 관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김영삼 정부는 북미관계가 남북관계와 상호 불가분의 관계를 지니고 있으며, 북미관계는 남북관계에 종속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 미국이 대북관계에서 한미관계를 고려해야하는 처지였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이후 한국과 미국이 남북관계와 북미관계를 분리 운영하려는 입장을 보이면서, 미국은 북미관계를 자유롭게 운영해 나갈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하게 되었다.

최근 부시 행정부가 출범과 함께 미국의 대북 인식이 적대적으로 변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으며, 북한 핵문제가 6자 회담을 통해 조속히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실시를 천명 하고, 미국이 이에 강경대응을 경고 하면서 양국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 북일관계

북일관계는 남북관계, 북미관계 등과 같은 주변국가들 간의 상호관계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아왔다.

한반도 분단 이후 북한에 대해 일본도 한-미-일 삼각공조체제를 바탕으로 적대적 관계를 적용해 왔으나, 1990년 일본 자민당과 사회당 대표들이 북한을 방문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완화되었고 이후 92년까지 북경과 동경을 오가며 수교호담을 진행하였으나 KAL기 폭파와 핵문제로 중단되었다.

1995년 김영삼 정부시절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일본은 ‘①대북관계 정상화는 한일관계를 손상하지 않는 범위에서 추진, ②북일 수교교섭은 남북관계의 진전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으로 추진, ③수교 이전에는 대북 경제지원을 자제’라는 대북수교 3원칙을 표명하고, 97년 북경에서 협상을 재개했으나 일본은 북일관계를 북미관계과 남북.한일관계에 틀안에서 추진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납북일본인 문제 등을 두고 대립하고 있다.

북한은 일본과의 경제교류를 통해 경제난을 극복하고, 서방외교를 추진함으로써 남한의 북방외교에 따른 외교적 손실을 만회하려는 것으로 보이며, 일본은 초강대국으로의 성장을 위한 경제.정치적 영향력 확대의 일환으로 대북관계를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양국관계의 특징을 보자면, 일본과 북한은 미수교국으로 정치적 관계보단 경제교류에 치중해 왔으며, 북일관계는 한일관계나 남북관계의 종속변수로 위치-양국 사이에는 한국이라는 매개변수가 존재함으로서 양국관계 큰 영향을 미쳐왔다. 따라서 앞으로의 북일관계도 양국의 입장과 사정, 한국의 입장, 북미관계 등에 의해 좌우 될 것으로 보이지만, 머지않아 좀 더 구체적으로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 북중관계

북중관계는 한중수교로 인해 다소 약화되는 듯 했지만, 북한에 대한 전통적인 우호.혈맹의 관계 중요시 하며 남북한에 대한 등거리외교를 지속해 오고 있다.

중국은 동북아 강대국으로 성장함에 따라 전방위외교를 통해 미국과 러시아의 영향력 감소를 자국의 영향력 확대로 연결하고, 일본과 경제교류를 유지하면서 정치.군사적 팽창을 견제하고 있다. 한반도에 대해서도 북한에 대한 지원을 통해 사회주의 체제를 안정시키고 유지하며, 남한과의 정치.경제 관계를 확대함으로서 미국과 일본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있다.

중국은 21세기 사회주의 강대국으로의 성장과정에서 남북한의 분단 상황을 양국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통한 자국의 위상 증대를 도모하는 카드로 사용하고 있다. 실제로 유엔 등의 국제기구와 한국, 미국 등이 대북 대화.협상 채널을 상실한 상황에서 오직 중국만이 북한을 국제무대로 불러낼 수 있다는 점이나, 북핵6자 회담을 주도하며 북미양자회담을 이끌어 내는 등의 영향력 행사를 통해 국제무대에서 그 발언권을 강화하고 있다.

1992년 한중수교이후 남북 간에는 대중국관계를 통한 경쟁력의 우위를 점하려는 경쟁구도가 형성되었고, 중국도 두 개의 한국을 대상으로 북한에 대한 영향력 유지와 남한과의 정치.경제 협력은 통한 우호관계 확대를 통해 미국 일본 견제라는 효과를 거두기 위해 균형정책을 추구하며, 남북한을 모두 만족시켜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려 하고 있다.

중국의 대한반도정책은 김대중 정부 이후의 남한의 대북정책과 유사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한반도의 평화가 중국의 국익에 부합한다는 판단데 의한 것으로, 앞으로도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포용정책을 취 할 것으로 보인다.

 

- 북러관계

러시아는 1980년대 중반 이후 대북일변도 정책에서 벗어나 한반도 균형정책으로 입장이 변해왔다. 한소수교 이후에는 북러 간에 동맹관계가 와해되고 남한과의 실리위주의 외교로 전환되었다. 소련붕괴 이후 러시아는 국내외 사정으로 과거의 강대국의 지위를 상실하면서 가급적 직접개입을 자제하고, 한반도의‘안정자’, 균형자, 북핵문제의 보증자 등을 자청하며 남북한 동시 수교국가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려는 입장을 보여 왔다. 그러나 북핵4자 회담 등에서 배제되는 등,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 약화가 발생하자 최근 들어 북한과의 새로운 우호증진을 겨냥한 관계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냉전의 종식으로 분단의 해소를 위한 기본적인 환경이 마련되었다. 우리의 외교역량이 갖는 효력, 우리의 통일 환경은 경직되고 불변적인 냉전적 역학관계 하에서보다는 지금처럼 유동적인 전환기에 더 놓은 것이 사실이다. 이에 우리는 주어진 조건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기회와 선택의 범위를 넓혀가면서 분단의 해소에 우선순위를 두고 국가역량을 집중적으로 투자해 나가야 한다.

분단의 해소를 위해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남북관계의 정상화이다.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체계를 가지고 순서적으로 진행시켜야 한다. 또한 우리의 통일문제가 앞서 언급했듯이 주변 강대국들의 영향력으로 인하여 우리의 손을 떠나버린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 문제를 다시 우리의 손으로 찾아와야 하겠다. 반목과 대립의 과거 시각을 버리고 남북관계의 정상화를 이루고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김대중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문민정부 시절 벌어졌던 남북간의 관계가 급속도로 가깝게 진전되었으며 그 결과물이 바로 6. 15공동선언이다. 이후 정부는 일관적인 햇볕정책의 시행으로 북한에 식량과 비료 등을 제공하였으며 경협, 금강산 관광, 이산가족 상봉 등의 결과를 가져왔고 얼마 전에 부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 북한 선수단이 참가하였다.

통일 논의가 이전처럼 허공을 맴돌아서는 안 된다. 이는 우리 민족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다.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지금의 세계질서에서 우리의 통일은 민족의 가장 중요한 선결과제이다. 지금의 기득권 세력들이 자기들의 이익을 위해서 통일을 반대하고는 있지만 민족의 대화합과 발전을 위해서는 통일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다. 이는 정치적으로는 민족이 하나가 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 생산력이 떨어진 남한의 경제에 힘을 불어넣어 줄 수가 있으며 결과적으로는 우리 민족이 세계의 강대국으로 향해 가는 지름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남북관계가 밝은 미래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서해교전 등으로 햇볕정책 존립 자체에 위협을 받았으며 아직도 수많은 국내 우익세력들의 햇볕정책에 대한 반감, 이에 따라 국민들 역시 북한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지금 한반도 통일은 단순히 남북한만의 민족문제가 아니다. 이는 이 글에서 중요하게 언급했듯이 새로운 국제질서가 한반도에서 적용되는 것이며 강대국들은 한반도에서의 작은 변화 역시 그들의 이해에 부합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그들은 남북통일을 당장은 받아들이지 않고 현상유지를 기본골자로 하여 정책을 전개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북한 스스로 협조해 나가지 않으면 우리의 소원인 통일은 소원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 바로 북한 핵문제이다. 북한이 스스로 그들의 생존을 위하여 핵을 개발하고 있다고 시인함으로 인하여 동북아 평화 자체를 위협한다고 주변 강대국들이 우려하고 있으며 남한 역시 이러한 북한의 자세에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주변 강대국들은 북한에의 경제적 지원 등을 중지하고 대화를 통하여 북한 핵문제를 해결해 나가려 하고 있으나 수많은 난관에 부딪치고 있다.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의 핵문제로 인하여 통일정책이 커다란 난관에 부딪쳤으며 남한의 보수우익으로부터 비판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혜롭게 위기를 대처할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 대안이 핵문제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이후 남북간의 통일 논의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하겠다.

모든 정책은 현실에 뿌리를 두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현실이 변하면 새로운 인식과 행동의 틀을 찾아야 한다. 냉전이 끝났고 국가 간 관계가 급변하고 있고 복잡해지고 있다. 과거의 봉쇄와 억지의 패러다임은 그 기능을 다하였다. 이는 우리로 하여금 관성에서 벗어나 국제관계와 남북관계를 체계적이고 동태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이에 따라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발상의 대전환을 기해 앞을 내다보며 미리 준비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