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북한의 도발 가능성 때문에 많이 시끄러웠다. 지난 해 말 북한이 은하-3호 발사에 성공하고 올해 2월에는 3차 핵실험을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은하-3호로 장거리 미사일을 만들고 핵실험으로 핵탄두를 만든다면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는 못가도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만들 수 있다고 예측됐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미사일을 만드는 데 대해서는 다각도 대응해야 한다. 손자병법은 상대를 이기는 방법으로 상대 군대를 공격하는 벌병(伐兵)과 상대를 치고 들어가는 공성(攻城), 상대를 외교적으로 고립시키는 벌교(伐交)와 상대의 전략과 모략을 무력화하는 벌모(伐謨)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가운데 중요한 것이 벌모와 벌교다. 손자는 벌교와 벌모는 싸우지 않고 적을 항복시키는 방법으로 지적했다. 벌교와 벌모는 상대를 심리적으로 굴복시키는 것이기에 항복시킨 다음에도 적의 저항이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적을 공격하는 벌병과 공성으로 이기면 적은 적개심을 품어 항복 후에도 은밀한 저항을 계속한다고 지적했다. 벌모와 벌교로 이기면 적의 재산을 그대로 활용하지만 벌병과 공성으로 이기면 적지의 경제를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손자는 벌모와 벌교는 공성과 벌병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달성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인식을 갖고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열을 내는 북한을 꺾는 방법을 살펴보자. 햇볕정책을 펼치던 시절 우리 정부는 북한이 많은 서방국가와 수교하면 평화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보고 북한과 서방국가의 수교를 방조했었다. 손자병법의 시각으로 보면 전형적인 이적행위를 한 것이다. 그러나 그 정권이 물러난 후 더 이상 북한의 수교를 돕는 정책은 취해지지 않고 있다. 지금 북한을 상대로 한 벌교는 잘 이뤄지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가 북한을 고립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은하-3호를 발사하고 3차 핵실험을 한 후 북한은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게 되었다. 이 제재에는 중국도 일부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제1차 남북정상회담 때 한국이 마련한 비자금을 북한으로 보내주는 통로가 됐던 중국은행으로 하여금 북한의 조선무역은행 계좌를 폐쇄하게 했다. 북한의 회담 요청도 거절하는 경우가 늘었다. 벌모도 잘 이뤄지고 있는 것 같다. 눈에 띄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전략적 인내(忍耐)’다. 한국은 북한이 위협을 가할 때마다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공포감에 젖는 사람이 많았다. 이들은 그 공포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북한에 대한 지원을 주장했다. 종북주의자가 아닌데도 종북주의자와 같은 길을 가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들은 ‘평화 애걸주의자’이다. 그들은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말을 잊은 사람들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북한이 계속해서 위협 수위를 높여가자 평화 애걸세력이 늘어났다. 그에 따라 경제사정도 좋아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한번 대화국면을 만들었다가 북한의 거부로 후퇴한 것을 제외하곤 계속 강경 모드로 나갔다. 걸작은 개성공단 철수였다. 그는 개성공단 철수를 북한의 요구로 이뤄지는 형식을 택함으로써 북한이 한 사람도 인질로 잡지 못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사실 안보 측면에서 본 개성공단은 ‘아킬레스의 건’이었다. 개성공단으로 들어가려면 도라산 옆에 크게 거대한 통문을 통해야 한다. 이 통문은 형식적으로 이어놓은 경의선과 개성공단을 향하는 대로가 통과하는 곳이다. 많은 사람과 차량이 통과하는 곳이다 보니 유사시 그곳 방어는 쉽지 않을 수 있다. 북한군이 갑자기 밀고 내려오면 통문은 뚫릴 수도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육군은 많은 준비를 해 유사시에도 통문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다. 그 방법이 성공적인지는 실전을 해봐야 알겠지만 나름대로는 방안을 마련해놓은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서부터 5km 북쪽에 있는 개성공단 근로자를 유사시 빼내오는 것은 여의치 않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유사시 북한군은 개성공단으로 쏟아져 들어올 텐데 그러한 곳으로 특수부대를 보내 공장마다 흩어져 있는 우리 근로자를 찾아내 철수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었다. 경제 관점이 아닌 안보 관점만으로 본다면 개성공단은 큰 부담이었던 것이다. 그러한 개성공단을 북한이 안전하게 철수할 수 있게 해주었다. 개성공단에 있었던 업체 입장에서는 상당한 손실을 보는 것이겠지만, 그들이 인질로 잡혔을 때 겪게 될 피해는 기업은 물론이고 국가적으로도 훨씬 더 클 것이므로 안전한 철수는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가 없다. 이는 박대통령이 전략적 인내를 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할 수가 있었다. 개성공단 철수로 남과 북은 실질적인 접촉점이 사라졌다. 북경을 비롯한 제3국의 장소에서 남과 북이 실무적인 접촉을 할 수는 있지만 개성공단처럼 쉽게 만나기는 어렵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다시 위협을 가한다면 남북 관계는 심각하게 경색된다. 지난 4월처럼 북한이 미사일 발사차량(TEL)을 끌고 다닌다면 한국은 개성공단에 국민이 남아 있던 때와 달리 신속히 대응할 수가 있다. 만에 하나 북한이 미사일을 기립(起立)시킨다면, 이명박 정부 시절 이상희 씨 이래 여러 명의 국방부장관이 언급했듯 한국은 북한이 공격을 하려는 것으로 보고 기립한 미사일을 파괴하는 선제 타격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선제 타격을 영어로 preemptive strike, preemptive attack이라고 한다. 선제타격은 preventive war라고 하는 ‘예방(豫防)전쟁’과 다르다. 유엔은 aggressive war라고 하는 ‘침략(侵略)전쟁’을 부인한다. 침략전쟁을 한 나라가 있으면 불법전쟁(illegal war)을 한 것으로 보고 국제사회는 집단으로 침략전쟁을 한 나라를 응징한다. 6·25전쟁 때 유엔이 유엔군을 편성해 북한의 침략을 막아준 것이 좋은 사례다. 때문에 한국을 비롯해 유엔에 가입한 많은 나라들도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있다. 침략전쟁에 대응해 자국을 지키는 방어전쟁은 합법전쟁(legal war)이 된다. 침략전쟁과 방저전쟁 사이에 있는 것이 예방전쟁이다. 예방전쟁은 냉전 상태에 있는 적국이 우리를 공격할 가능성을 농후하게 드러내면 먼저 공격해 적국의 의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예방전쟁이 침략전쟁과 다른 것은 적의 침략의도를 무너뜨리는 것이 주목표라는 것이다. 따라서 예방전쟁을 해 성공한 나라는 적국을 비(非)적국으로 돌려놓고 철수한다. 그 나라에 대해서는 영토를 차지하는 등의 야심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2003년 미국이 공격한 이라크 전쟁이 이라크에서 대량살상무기(WMD)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미국 처지에서는 예방전쟁이라고 볼 수도 있다. 예방전쟁을 하려면 선제공격을 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선제공격은 예방전쟁의 일부로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선제공격만 하고 전쟁을 하지 않을 때도 있다. 9·11테러 이전 몇 차례 테러를 당했던 미국은 테러 세력이 은신한 것으로 추정된 지역을 향해 그 나라에 통보를 하지 않고 선제공격을 했었다. 탄자니아와 케냐의 미국대사관이 폭발공격을 당한 뒤인 1999년 미국이 수단과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테러 은신 지역을 향해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그런 예에 해당한다. 1981년 이스라엘이 이스라엘을 적대시하는 이라크가 짓고 있던 오시라크의 핵시설을 공습해 파괴하고, 2007년 역시 이스라엘은 시리아가 알키바르에 짓고 있던 핵시설을 공습해 파괴한 것도 선제공격으로 적의 의도를 꺾은 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예방전쟁으로 확대되지 않는 선제공격은, 더구나 상대가 우리를 공격할 명백한 행동을 하고 있을 때 가하는 선제공격은 적법한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때문에 우리 국방부장관과 일본의 방위성장관은 북한이 미사일로 자국을 공격하려고 하면 선제공격을 할 수밖에 없다는 선언을 반복해왔다. 병법과 국제법, 국제정치에 밝은 사람이라면 이 정도의 판단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방법으로 상대의 공격 의도를 무너뜨리는 선제공격을 할 것이냐는 점이다. 상대가 핵무장을 하고 장거리미사일을 만들었다면 선제공격은 더욱 치밀하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만들고 있는 것이 ‘킬 체인(kill chain)’이다. 킬 체인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려는 것을 조기에 파악해 먼저 공격해 파괴하는 것이다. 기립시킨 북한 미사일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파괴할 수가 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임박하면 시간이 없으니 빨리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을 쏴 격파한다. 여유가 있다면 비행기처럼 날아가기에 속도는 느리지만 정밀사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을 발사해 정확히 파괴한다. 그런데 북한이 기립시킨 미사일은 가짜일 수가 있다.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한 다음 기립한 것을 내릴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발사한 우리 미사일을 자폭시켜야 하는데 자폭이 되지 않으면 우리가 북한을 잘못 공격한 것이 될 수 있다. 북한은 한국이 무작정 공격한 것을 만들기 위해 약간의 부담을 무릅쓰고 그러한 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태까지 피하면서 대처하려면 스텔스 전폭기나 폭격기를 투입해 적 미사일 상공에 도달한 후 현지 상황을 촬영해가면 공격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된다. 그때 북한이 미사일을 내렸으면 스텔스 폭격기는 되돌아오면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밀사격이 가능한 장거리 탄도미사일과 초정밀 사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 스텔스 전폭기 등을 갖고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이러한 무기를 갖고 있는가. 한국이 스텔스 전폭기를 가질 수 있느냐는 3차 FX 사업으로 결정된다. 3차 FX사업에서 가격이 비싼 스텔스기를 결정하더라도 스텔스 전폭기는 2016년이 지나야 도입된다. 북한 종심 깊은 곳까지 날아가는 사거리 800km의 탄도미사일은 지난해 한미미사일협정이 한국도 사거리 800km의 탄도미사일을 개발할 수 있는 쪽으로 개정됐기에 이제 개발이 시작되었다. 따라서 현재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사거리 1000여km의 지대지 순항미사일인 현무-3와 함대지 순항미사일인 해성-2뿐이다. 그러나 이 미사일도 눈이 나쁘면 사용하지 못한다. 즉 북한 깊은 곳에서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한다는 것을 먼저 발견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북한 깊은 곳에서 미사일이 발사되려고 하는 조짐은 미국이 가장 빨리 그리고 정확히 알 수 있다. 이유는 수많은 정찰위성과 고고도 무인기, 중고도 무인기. 고공 정찰기(U-2)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정찰위성이 없고 과학기술용인 관측위성(아리랑 2호와 3호)만 두 대 갖고 있다. 고고도와 중고도 무인기, 그리고 고공 정찰기는 없고 저공 정찰기(금강)만 갖고 있다. 지난해 한미미사일협정이 개정됨으로써 한국은 중고도와 고고도 무인기를 개발할 수 있게 됐으나 아직은 사거리 800km 탄도미사일처럼 개발 초기 단계에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미국과 협조를 해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조짐을 알 수가 있다. 한국보다 훨씬 좋은 눈을 가진 미국은 한국보다 우수한 타격수단도 갖고 있다. 스텔스가 대표적이다. 토마호크 순항미사일과 ATACMS 탄도미사일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러한 미국과 연합군을 이뤄나가는 것이 유리하다. 바보가 아닌 이상 북한은 공격을 결심한다면 한발만 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미사일을 동시에 발사한다. 이렇게 많은 미사일을 정확히 잡아내려면 한국은 미국과 공동 대처를 하여야 한다. 그리고 미국은 한국이 갖고 있지 못한 미사일 요격 미사일인 PAC-3도 갖고 있다. 우리는 2015년 한국형 킬 체인이 완성될 것으로 기대하는데, 킬 체인이 완성돼도 북한 전역을 살피는 정찰 능력은 여전히 부족하다. 지난 정부는 한국형 킬 체인이 완성되는 2015년을 기점으로 전작권을 환수한다는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대응은 혼자가 아니라 친구와 함께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것이 벌모와 벌교에도 유리하다. 그렇다면 전작권 전환을 북한 위기가 해소될 때까지 무기 연기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비록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전작권 전환에 대한 새로운 타협이 없었지만 우리가 노력하면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셔면 한미연합사령관도 여러 번 그런 언질을 주었다. 한국형 킬 체인을 보다 정교히 만들고 통일의 그날을 이루고 싶다면 우리는 공성과 벌병 벌교 벌모 능력을 배가시키는 전략적 선택을 하여야 한다.(konas) 출처:월간자유 이 정 훈(신동아 기자, 주간동아 편집장, 동아일보 논설위원 등 역임) |
국방논단
[스크랩] 한국형 킬 체인과 북한 핵 억제 문제
하나님 사랑
2014. 5. 13. 15:10
한국형 킬 체인과 북한 핵 억제 문제
개성공단에 있었던 업체 입장에서는 상당한 손실을 보는 것이겠지만, 그들이 인질로 잡혔을 때 겪게 될 피해는 기업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훨씬 더 커
출처 : 자유토론
글쓴이 : 고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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