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길 시집
선운사의 가을 빛
하나님 사랑
2025. 5. 12. 02:54
새벽공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밤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한여름이 가을의 기습으로
자리를 빼앗겼나보다.
폭염의 억압에 찍소리 못하고
숨죽여 지내다 느닷없이 찾아온
가을빛에 쌍손들어 환영하며
캄캄한 창당계곡을 걷는다.
도솔암에 새긴 마애불상을 보며
누군가의 정성과 불심에 감탄한다.
용문골 흐르는 물이 조용한걸 보니
가을빛이 두려운가보다.
골이 깊으면 산이 높지 않은가
용문골 계곡이 깊은걸 보니
꽤나 높은 산을 올라야 하나보다.
천상봉과 견치산을 오르는 길에
미처 떠나지 못한 여름빛이 심술부린다.
344고지 견치산 정상에 올라서니
땅보다 겸손한자 없음을 깨닫게 된다.
밟히고 깎이고 무거운 콘크리트로 짓눌러도
받아주고 보듬어준다.
심지어 쓰레기까지 받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