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길 시집

침묵과 함께 걷는 길 위에서

하나님 사랑 2025. 6. 16. 04:20

서해랑길 1,800km 완주는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강화에서 시작해 해남까지 바다를 따라 섬을 지나

수많은 마을과 어촌 갯벌과 방조제를 따라

걷고 또 걸었습니다.

이 길은 지도상엔 하나의 선으로 그어져 있지만

내게는 하루하루의 고요한 울림이자

마음속에 새겨진 물결이었습니다.

 

걷는 동안 사람 구경 한 번 못한 날이 많았고

말 한마디 하지 못한 날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처음엔 그 적막이 낯설고 어색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 침묵이 나를 품었고

그 속에서 오래된 기억들과 감정 잊고 지냈던

나 자신이 조용히 말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말은 2~3년이면 배울수 있지만

침묵은 60년이 넘게 걸린다는 사실을

이 길 위에서 배웠습니다.

서해랑 길은 단지 바닷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내 안의 낡은 문 하나를 여는 여정이었고

더는 미루지 않기로 한 고백이었으며

침묵과 친구가 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길 위에서 만난 바람과 나무

멀리서 손 흔들어 주던 모르는 사람들

아무도 없는 들판에 피어 있던 들꽃들

그 모든 것이 말 없는 위로였고 

조용한 동행이었습니다.

큰 사랑 받고 떠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