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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나! 말귀를 못 알아듣나, 동문서답하시네. 다시 물을게요.” 당신이 민원창구에 앉은 직원이라면 이렇게 짜증 내는 민원인에 어떻게 대응하겠는가. 1번 : 화를 내며 “말귀 못 알아들은 사람이 누군데 어디서 큰소리야!”라고 받아친다. 2번 : 딴청 피우다가 마지못해 응대한다. 3번 :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재차 친절하게 설명한다. 어떤 기관의 민원창구인지에 따라 반응이 다를 것이다. 백화점이라면 3번 같은 풍경을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기관이라면? 그것도 군대라면? 대부분 1번이나 2번의 상황을 떠올릴 것이다. 해병대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강인함’ 그리고 ‘사나이 정신’이다. 좋은 말로 하면 ‘멋있다’지만, ‘거칠다’는 부정적인 의미도 담겨 있다. 그러니 해병대에 찾아간 민원인이 짜증을 낸다면 당연히 거친 응대가 돌아올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국민과 소통해야 강한 해병 가능”
해병대 교육훈련단(이하 교훈단)의 대민 서비스는 연일 화제다. 5월 말 해병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민원인이 “훈련병에게 보낸 우편이 언제 전달되느냐”고 물었다. 곧바로 교훈단 교육연대장 한상배 대령이 ‘답글’을 올렸다. “월·수·금 우편물을 수령해 훈련병에게 전달합니다.” 잠시 뒤 그 민원인이 다시 질문을 올렸다. “제가 이해를 못한 건지 동문서답하신 건지. 제가 물어본 것은…, 무. 슨. 요. 일. 훈련병에게 전달되느냐는 겁니다.”
“누가 누굴 보고 ‘동문서답’이라는 건가!” 라며 불쾌해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더구나 상대는 연대장인 대령! 그러나 예상을 깨는 연대장의 답글이 잠시 뒤 다시 올라왔다. “월·수·금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류 민간회사 민원창구에서나 봄직한 풍경이다. 교훈단은 해병대에 입대한 신병, 부사관후보생, 사관후보생 등을 양성교육하고 간부를 대상으로 보수교육을 하는 곳이다. 특히 매달 두 기수씩 입소하는 신병을 훈련하는 일에 가장 신경 쓴다. 가족을 막 군대 보낸 가정의 민원이 제일 많기 때문이다. 신병이 입대하면 교훈단 홈페이지에는 “면회는 언제 되느냐” “소포를 보내도 되느냐”는 등 소소한 질문이 폭주한다. 새 기수가 들어올 때마다 같은 질문이 반복된다.
거의 실시간으로 민원 처리 민원은 거의 실시간으로 처리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한 연대장과 신병대대의 정병호, 이재우, 양문수 대대장 등 교훈단 최고 간부가 실명을 밝히고 처리한다는 점. 장성인 교훈단장, 차동길 준장이 직접 답글을 올리기도 한다. 군 장성이 민원 응대를 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지만 차 준장은 900자가 넘는 답변을 직접 작성해 올린 일도 있다. 민원인(훈련병 가족)과 교훈단 간부들이 지위 및 계급을 떠나 대등한 처지에서 소통하는 것이다. 차 준장은 “부모들과 소통을 잘해야 훈련병 양성 임무도 성공한다. 그래서 지휘관부터 적극적으로 민원에 답하도록 권한다. 중간 참모가 응답할 수도 있지만 아들을 책임진 지휘관이 답변해줄 때 부모가 더욱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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