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노을 눈덮인 나무가지 위저녁 노을의 붉은 숨결이하얀 침묵을 가르며철새 한 마리 홀로 날개를 편다.남은 바람마저 멎은 시간날갯짓은 외로움인가아니면 떠남의 자유인가멀어지는 그림자 뒤로노을은 마지막 빛을 지우고고요 속에서 묻힌다.그대 날개는 어디로 향하는가? 차동길 시집 2024.12.23
한양 도성길 걷기 서해랑길 이어 걷기 전 워밍업 좋은 친구와 한양 도성길 걷기로 인왕산과 백악산 등정 그리고 서울 도심지를 누빈다. 숨을 들이쉬면서 마음에는 평화 숨을 내쉬면서 얼굴에는 미소 내가 살아 숨쉬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경이로운 순감임을 느낀다. 내가 걷는 길에서 만난 수많은 나무, 돌, 흙 어느것 하나 내 생명과 관계없는 것이 없으니 내가 살아있는 이유이고 존재다. 차동길 시집 2024.03.13
꽃 앞에서 구슬붕이 꽃이 봄을 알리는데 동백은 소소리 바람이 매서운지 양지녘에 꽃잎이 움츠리고 있다. 한송이 꽃을 피우려고 긴긴 겨울을 지나고 햇빛과 비바람 심지어 벌레들까지 거들었을 일 자연은 꽃 하나도 버리지 않는데 사람은 왜 사람을 버리는 것일까 꽃 앞에서 문득 걸음을 멈춘다. 차동길 시집 2024.03.13
파도 해뜨기 전 먼저 파도소리가 새벽을 깨운다. 하얀 물거품을 휘몰아 치며 바다 속 찌꺼기를 토해낸다. 산비탈길 따라 오르며 파도소리에 맞춰 깊은 심호흡을 휘몰아 치고 마음 속 더러움을 토해낸다. 차동길 시집 2024.03.13
시골버스 삐그덕 삐그덕 덜컹 덜컹 한때는 도심지를 누비며 수 많은 사람의 발이 되었던 너였지 연륜이 차 온 몸이 찌그러지고 아파 시골길 돌맹이를 밟아도 앓는 소리 내는구나 서러워 말고 슬퍼마라 지금 네가 발이되어준 사람들도 너와 다르지 않으니 시골길 벗삼아 쉬엄쉬엄 다니렴 차동길 시집 2024.03.13
선착장 설레임으로 육지 간 누이를 기다리고 고기잡이 간 아버지를 맞이하는 곳 그리움으로 보고픈 부모형제를 찾아오고 기다리는 자식을 만나는 곳 그래서 선착장은 설레임과 그리움이 만나는 곳이고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 곳이다. 차동길 시집 2024.03.13
봄 지루하던 긴 겨울도 봄 물결에 물러나고 봄 햇살에 꽁꽁 얼었던 흙 풀리니 죽었던 풀줄기에서 새순(荀) 돋는다. 잎샘 추위도 꽃샘 추위도 소소리 바람도 명지 바람 앞에 무릎을 꿇었으니 한강 나루터에 봄배가 닿았구나. 차동길 시집 2024.03.13
나트랑의 밤 강가에 홀로 선 바위섬에 구름이 내려 앉고 바다에 어둠이 내리니 나트랑의 밤이 깊어간다. 파도가 만든 하얀 솜사탕 모래서 허물며 바람 일으켜 나트랑의 더위 몰아내니 리듬에 맞춰 축배의 잔을 든다. 차동길 시집 2024.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