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논단

2015년 김정은 신년사 분석

하나님 사랑 2015. 1. 2. 10:00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의 육성 신년사는 한국사회에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개선 가능성으로 해석하는 경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마치 박근혜 대통령의 통일 대박론에 화답이라도 하듯 .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며 남북 정상회담 가능성을 제안하는 모습은 2013년 처음 카메라 앞에서 올해를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가자고 한다. 이에 한국 정부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김정은이 남북관계에 대한 개선의지를 보여서일까? 그러나 과연 진정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지켜 보아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이번 신년사는 과거 신년사에 비해 대남 관계에 대한 언급이 차지하는 비중이 컷다. 그만큼 공을 들인 모습이다. 제목이자 한 해 정책목표인 구호도 '조국해방 70돌이 되는 올해에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나가자'였다. '통일'이란 단어를 18번 사용했고, 분량도 전체 1만504자 중 2007자로 5분의 1을 남북 문제에 할애했다. 대남제안 내용도 파격적이었다. 다음은 남북관계에 관한 발언 요지다.

 " 북남 사이 대화와 협상, 교류와 접촉을 활발히 해 끊어진 민족 유대와 혈맥을 잇고 북남관계에서 대전환, 대변혁을 가져와야 한다. 북과 남은 더 이상 무의미한 언쟁과 별치않은 문제로 시간과 정력을 헛되이 하지 말아야 하며, 북남관계의 역사를 새롭게 써 나가야 한다. 우리는 남조선 당국이 진실로 대화를 통해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입장이라면 중단된 고위급 접촉도 재개할 수 있고 부분별 회담도 할 수 있다. 분위기와 환경이 마련되는 데 따라 최고위급 회담도 못할 이유가 없다. 우리는 앞으로도 대화, 협상을 실질적으로 진척시키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도 할 수 있다는 이 표현이 한국 정부와 사회를 흔들고 있다. 벌써 5월에 있을 러시아 전승기념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이 각 각 초청 받았기 때문이다. 또 북한의 입장에서는 경제적 문제의 심각성과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에서 탈피하는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도움이 절실히 요구되기 때문에  남북 정상회담이 반드시 필요한 것일 것이다. 그러나 또 한 가지 관심 멘트가 있다. 회담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것이다. 즉 매년 미국과 함께 하는 연합연습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연습에 대한 북한의 인식은 전쟁책동이다. 그리고 북한의 사상과 체제를 바꾸려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조건의 의미는 이 조건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북한이 핵만 포기한다면 북한이 원하는 모든 것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처럼, 북한의 입장에서 한미연합연습과 북한의 사상과 체제를 흔드는 대북 심리전 활동만 중지한다면 한국이 원하는 모든 것에 다 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이한 것은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이것이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이유중 하나이다.

 과거와 다르게 사용하지 않던 단어를 구체적으로 언급한 자체만으로 김정은의 신년사를 파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그가 제시한 전제조건을 고려하면 결코 희망적인 것만은 아니다.

 

 

 ◆대미 관계=김정은은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로 압박해오는 데 대한 불만도 강하게 드러냈다. 그는 "미국과 그 추종세력들은 우리의 자위적인 핵 억제력을 파괴하고 우리 공화국을 힘으로 압살하려는 기도가 실현될 수 없게 되자 비열한 인권소동에 매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시대착오적인 대조선 적대시 정책과 무분별한 침략책동에 매달리지 말고 대담하게 정책전환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핵 개발 위협도 담았다. 김정은은 "오늘의 현실은 우리가 선군(先軍)의 기치를 높이 추켜들고 핵 억제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을 억척같이 다지고 국권을 튼튼히 지켜온 것이 얼마나 정당하였는가 하는 것을 뚜렷이 실증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곤 "우리 사회주의 제도를 압살하려는 적들의 책동이 계속되는 한 선군정치와 병진노선을 변함없이 견지할 것"이라고 했다.

 ◆내정·경제=북한 내부를 향한 메시지도 다소 변화가 있었다. 북한은 최근 몇 년간 신년사 맨 앞에 경제정책을 밝혔지만 올해는 '정치사상강국' 건설을 앞세웠다. 김정은은 "당의 위력한 무기인 사상을 틀어쥐고 사상사업을 공세적으로 벌이자"고 강조했다. 경제분야에선 농·축·수산을 3대 축으로 삼아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강국 건설'을 목표로 삼았다. 관광지 및 경제개발 지역에 대한 강조도 눈에 띈다. 김정은은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들을 비롯한 경제개발구 개발사업을 적극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해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이 주요 대남 요구사항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김정은은 2012년엔 신문 공동사설 형태로 신년사를 발표했다가 2013년부터 조선중앙TV를 통해 녹화방송 형태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 총 평 = 종합적인 관점에서 볼 때 올 해의 신년사는 북한의 내부적 위기의식이 반영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악화된 경제난 해결과 국제적 고립탈피를 위해 한국의 도움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사용하면서까지 남북관계 개선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 못지 않게 한국이 절실히 원하고 있는 문제이다. 그러다보니 북한이 이 문제를 가지고 타협을 요구하는 격이 되었다. 주도권을 잡은 셈이다. 즉 북한 한미 연합연습 중단과 북한의 사상과 체제를 바꾸려는 행동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 또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없는 것과 같이 한국이 포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따라서 김정은의 신년사에서 전례없이 파격적으로 표현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은 한국사회에 한껏 기대감만 키우고 결국 실망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