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길 시집

내 고향 주문도

하나님 사랑 2021. 10. 26. 06:35

봄이면 

한 아름 싱아 꺽어

허기진 배 채워가며

마을 공터에 모여 

새끼줄 감아 만든 공으로

축구를 하고

 

여름이면

대빈창 모래밭 고인 물에

벌거벗고 뛰어들어 헤엄치고

해당화 목걸이 만들어

주렁주렁 목에 걸고

배골플 때마다 하나씩 빼먹고

 

뜨거운 햇살 맞으며

갯지렁이 잡아 망둥어 낚시하다가

낚싯대 갯벌에 꽂고

갯뻘물에 뛰어들어

마을 어귀 물 밀때까지

헤엄치며 놀던 곳

 

가을이면

추수한 땅콩 밭에 들어가 이삭줍고

단풍진 산에 올라 보리수 따먹으며

친구 집 소먹이로

온 종일 풀밭을 뒹굴고 총싸움 하던 곳

 

겨울이면

눈 내린 봉구지산 언덕길 올라

볏집으로 만든 눈썰매 타고

방앗간 양지바른 곳에 모여

구슬치기 자치기 하며 놀다 지쳐

굴뚝에 흰 연기 나올 때

허기진 배 움켜쥐고 가마솥 뚜껑 열어

고추장에 보리밥 비벼먹고

우리 투거리 밥 잘먹는다는 칭찬에 

으스대며 긴긴 겨울밤 보냈던 곳

 

해명호 강화호가 올 때면

육지 간 누이 오지 않을까

배터에 나가 기웃거리다

허전한 마음에 그리움 채우고 돌아섰던 곳

이곳이 내 고향 주문도라네

 

이제 와 돌아보니

배고픔도 그리움도 외로움도

어릴 적 나와 함께 놀던 친구였으니

모든 것이 다 하나님의 축복이다.

 

젖과 꿀이 흐르는 축복의 땅 주문도를 그리며 .....

'차동길 시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은혜  (0) 2021.11.02
하늘 별 땅 꽃 사람 사랑  (0) 2021.10.27
흔적  (0) 2021.10.25
마음  (0) 2021.10.22
  (0) 2021.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