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을 하고 백수의 생활을 한지도 벌써 10일이 지났다.
10일간의 생활은 여바(여유롭게 바쁨)였다.
신학기 강의 준비하느라 바쁘긴 하지만
언제나 내 생각에 따라 쉬기도 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는 아내에게서 나를 보게된 것이 가장 큰 충격이다.
아내는 가사가 전문이다. 정말 전문가답게 생각하고 움직인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불 개라 부터 시작해서 창문 열어라
청소기 돌려라. 아니 걸레질부터 먼저 하고 돌려라.
걸레질은 한쪽 방향으로만 해라.
어제도 했던 일, 그제도 했던 일 더 이상 설명을 듣지 않아도
나는 잘 할 수 있고 지금 그렇게 하고 있는데 아내 왈
걸레 뒤집어서 한거야? 신발장 앞에는 했어? 란다.
청소하고 있는 나를 신뢰하지 못하는 마음이 드러난다.
뒤집어서 하든 그냥 하든 청소하는 목적만 이루면 될 일이고
그것은 청소하는 사람이 판단 할 몫이지 청소 한 번 시켜놓고
왜 이렇게 말이 많을까?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드디어 내가 한마디 한다.
여보! 일을 좀 기분 좋게 합시다. 일하는 사람이 기분좋아야
청소도 깨끗이 할 수 있어요. 그렇게 나를 믿을 수 없으면
당신이 직접 하세요. 아내는 알았어요. 미안해요. 그냥 하세요. 라고 한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저 모습이 내 모습이야.
군 생활 하면서 소위 전문가랍시고 아니 좀 더 많이 경험 했다고
일 한 번 시켜놓고 일하는 사람의 생각은 완전히 무시한 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뭐는 고려했냐 등 등
어쩌면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나타내는 행동일런지도 모른다.
이거야말로 리더십의 부재이다.
믿고 맡겨주며 기다릴 줄 아는 것이
얼마나 큰 에너지를 불어넣어주는 리더십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어쩌면 내가 군생활 할 때 나의 부하들은 나를 생각할 때
마치 내가 내 아내를 본 것처럼 보았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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