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의 신뢰가 곧 국민의 신뢰
삼십 여년을 군에 몸담고 살아오다 이제 군문을 떠나려는 군인으로서
우리나라와 군을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보니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이 땅에 군이 세워진지 육십 여년이 지났고
대부분의 남자들이 군대를 다녀왔건만
우리는 왜 아직도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것일까?
또 요즘의 청년들을 보면서 이런 질문이 떠오른다.
오륙십 여년의 짧은 시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루고,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발돋움 했음에도
우리 젊은이들의 스스로 규칙을 지키고자 하는 자율의식 수준은
왜 이렇게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것일까?
이 문제는 젊은이들만이 아닌 국민 전체의 문제, 국가적 문제일 수 있다.
먼저 장교에서 병까지 모든 계층의 해병을 양성하는
해병대 교육훈련단장으로20개월을 근무해보니
군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국민 개개인의 군 생활 중에 고착된 신뢰도가
그대로 반영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그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절대적 요인은
지휘관을 포함한 간부들의 리더십이었다.
모든 지휘관들은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민의 군대가 되기 위해
지혜를 모으고 나름 애를 쓴다.
하지만 그 접근 방법을 보면 다분히 대민지원과 봉사활동 등
현실적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물론 중요하고도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부하들에 대한 생각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부하들은 21개월 군 생활 경험으로 평생 군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들 앞에서 솔선수범을 통한 신뢰를 쌓음은 물론
그 신뢰를 견고히 하기위해 상·하간 원활한 소통이 가능한 병영문화를 만들어야한다.
지금까지의 무조건적인 이유불문의 상명하복
즉, 지나치게 통제적이고 폐쇄적인 일방향 소통이
얼마나 사람을 피동적이고 의사결정 능력이 결여된
무력한 모습으로 만드는지 생각해야할 때이다.
젊은이들이 흔히 말하는 ‘군대가면 바보가 된다.’는 말이 이런 의미이지 않을까?
통제적이고 폐쇄적인 병영문화는 또다른 문제도 야기한다.
통제적이고 폐쇄적인 문화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은
인간 고유의 자율의지가 억압받는다는 피해의식을 갖게 마련이다.
이러한 피해의식은 자율성에 대한 책임의식의 결여를 가져와
규칙준수의 중요성과 의미를 느끼지 못하게 함으로써
규칙을 위반하여도 이에 대한 책임감 역시 느끼지 못하게 한다.
군인으로서 해야 할 일, 군인이라면 갖춰야 할 것들을
지켜보는 이가 없다면 간과해버린다.
보이는 곳에서만 규칙을 지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쉽사리 위반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바로 군에서의 습관화된 행동의 결과인 것이다.
작전대비태세가 중요하여 병영문화가 뒷전이 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는 잘못된 생각이다.
군이 국민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먼저 부하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시작이자 근본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군대의 힘은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으로부터 나오는 것임은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작전대비태세와 병영문화는 동일개념임을 인식해야한다.
아니 문화가 곧 전투력이라는 사실에 유념해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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