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논단

김정은 조선노동당 창당 70주년 기념 연설

하나님 사랑 2015. 10. 13. 07:14

3年前 고개도 못 들던 김정은.. '김일성 목소리'로 웅변하듯 연설 [北 열병식] -김정은 연설 2012년과 비교 '인민' 언급 57회서 97회로 "주민 달랠 필요 커졌을 것" 김일성·김정일 3번씩만 언급 "자기 시대 열겠다는 의미" '군사' '무력' 단어 사용 자제..中 고위층 참석 의식한 듯조선일보|김명성 기자
입력 15.10.12. 03:08 (수정 15.10.12.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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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열병식 연설은 3년 전에 비해 내용 면에서 상당한 변화를 보였다. 김정은은 2011년 집권 후 2012년 4월 김일성 100회 생일 기념 열병식에서 첫 공개 연설을 했다. 같은 해 6월 조선소년단 연합단체대회에서도 연설했지만 당시는 청중이 제한된 경우였다. 김정은이 대외적으로 생방송되는 가운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공개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두 번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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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와 비교해 이번 연설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인민'과 '청년'을 많이 언급한 것이다. 김정은은 2012년 4월 연설 때는 인민을 57번 언급했다. 그러나 이번엔 총 97번 언급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연설은 인민에서 시작해서 인민에서 끝났다고 할 수 있다"며 "거의 모든 문장에 인민이 들어가 있고, 다른 주요 키워드 숫자를 합해도 인민의 절반도 안 된다"고 했다. 김용현 동국대 교수는 "북한 주민의 생활이 개선되지 않았고, 이번 행사를 앞두고 많은 인력이 동원되는 각종 대형 공사가 진행됐기 때문에 김정은이 육성으로 주민을 달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국제사회의 시선이 북한 열병식으로 쏠린 점을 감안해 김정은이 자신의 '애민(愛民) 지도자' 이미지를 부각하려 했다는 관측도 있다.

김정은은 이날 연설에서 '청년'도 19회 언급했다. 3년 전(2회)보다 8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유호열 고려대 교수는 "김정은이 청년에게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자기 체제의 핵심 기반인 청년층의 충성을 이끌어내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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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김일성' '김정일'(각 3회)에 대한 언급은 3년 전(각각 18·17회)에 비해 대폭 줄었다. 김 교수는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 시대를 정리하고 본격적인 자기 시대를 열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또 2012년 연설 땐 '군사' '무력' 같은 도발성 단어가 각각 7회씩 등장했지만, 이번 연설에선 모두 1회로 줄었다. 중국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정치국상무위원이 이번 행사에 참석했고 대외적 관심도 고조된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3년 전에는 평화, 통일이 각각 3회 등장했지만, 이번엔 평화는 1회 나왔고, 통일은 언급되지 않았다. 자주(7회→2회), 경제(3회→2회)가 언급된 횟수도 3년 전에 비해 줄었다. 남북 관계는 언급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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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연설 내용뿐 아니라 목소리와 태도 등도 적잖이 바뀌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김정은은 3년 전에도 김일성 목소리를 흉내 냈지만 톤이 낮고 자신감도 없어 보였다"며 "그러나 이번엔 북한 영화 속 김일성 배역의 목소리를 완벽하게 재현했다"고 평가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북한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김일성 목소리를 그대로 재현하는 발성 연습을 많이 한 것 같다"고 했다.

연설 태도도 달라졌다. 3년 전에는 긴장한 탓에 군중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원고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몸을 계속 흔들거리는 모습도 관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몸을 크게 흔들지 않았고 박수가 터져 나오자 고개를 들어 대중을 똑바로 응시하기도 했다. 김정은이 시종일관 두 손을 탁자에 얹고 연설한 것에 대해서는 고도비만으로 인해 관절이나 척추 등에 이상이 있는 것 같다는 관측도 나왔다.

김정은은 주석단에서 수시로 류윈산 중국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대화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행사 마지막에는 류 상무위원의 손을 맞잡아 들기도 했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썰렁한 행사장을 빛내준 중국에 대한 고마움과 함께 북·중 관계가 회복되고 있음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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