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논단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전략적 판단

하나님 사랑 2013. 2. 26. 07:02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전략적 판단

                                                                                                                                         차 동 길

 

1. 서 론

지난 4월 13일 아침 07시 39분, 북한은 기습적으로 동창리 미사일 기지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그러나 발사 2분 뒤 추진체가 폭발하고 9분 뒤에 수십 개의 조각으로 서해상에 추락하고 말았다. 한마디로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실패하고 말았다. 로켓 발사 직후 3만 6000km 상공 정지궤도에서 동창리 발사기지를 감시하고 있던 미국의 DSP 조기경보위성이 추진체에서 나오는 화염을 탐지했다. 이 정보는 곧바로 미국 콜로라도주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 (NORAD)에 통보됐다. 미군의 최첨단 이동식 레이더인 해상기반 엑스밴드 레이더(SBX-1) 등이 로켓의 정확한 궤도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한편 서해상에 머물고 있던 한국 해군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도 SPY-1D 위상배열 레이더를 이용해 발사 54초 뒤인 7시 39분 49초에 로켓 발사 사실을 파악했다.

한미 군 당국은 긴장 속에서 로켓 궤도를 추적했지만 긴장은 오래가지 않았다. 발사 2분 15초 뒤인 7시 41분 10초에 로켓에 이상이 감지됐다. 로켓 동체가 두 개로 나뉜 것이다. 폭발에 따른 분리로 추정됐다. 당시 속력이 마하 5.6(초속 1900M가량) 에 이르렀던 로켓은 일단 위로 계속 솟아올랐지만, 발사 3분 뒤인 7시 42분 55초께 백령도 151km 상공을 지나면서부터 하강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5분쯤 시간이 흐르는 동안 분리된 추진체 첫 번째 조각은 10여개로 나뉘어 서해안 일대에 쏟아졌다. 이어 평택과 안면도 서쪽 100-150km 해역에 10여개 조각들이 떨어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분리된 추진체의 두 번째 조각은 좀 더 비행해 세 조각으로 나뉘더니 7시 48분 2초 레이더에서 사라졌다. 발사 뒤 9분 7초가 흐른 시점이었다. 레이더에 표시된 최종위치는 변산반도 서쪽 150-200km 공해상, 공교롭게도 북한이 로켓의 1단계 추진체가 떨어질 것으로 예고한 해역이었다. 전문가들은 초보적 기술에 문제가 있다고 한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인공위성으로 가장하여 발사한 배경은 무엇이고 어떤 전략적 판단에 따른 행동일까. 다소 무리가 있겠지만 북한의 입장에서 어떤 논리로 전략적 접근을 한 것인지, 또 실패한 이후 북한의 대응 전략은 무엇인지 알아보겠다.

 

2. 발사 배경

북한은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왜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것일까? 북한 김정은 정권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또 그 해답을 찾고 나면 북한정권의 전략적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으며 김정일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지난 2월 29일 미국과의 합의를 깨고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그만큼 김정은 체제구축이 더 시급한 문제였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북한정권 앞에 놓아진 체제구축과 주민들의 식량난 해결 문제가운데 체제구축이 더 시급한 문제로써 김정은 체제구축은 아직 미완성이라는 것을 반증하기도 한 것이다. 이는 그들의 정치 일정상 미사일을 발사하는 당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제1비서가 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되고, 15일 김일성 100회 생일을 맞아 강성대국 선포를 앞둔 시점이었다는 것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는 것이다. 사실 북한은 올해를 강성대국 진입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사상·경제·군사강국을 건설하겠다며 대내외 선전에 주력해왔으며, 북한 노동당은 지난 11일 제4차 당대표자회를 열어 당 중앙군사위원장과 최고사령관직만 갖고 있던 ‘새 지도자’를 당 제1비서, 중앙군사위원장으로 추대하고 이를 ‘대경사’라고 자축했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4월 13일이 지난해 12월 최고사령관 승계로 군부를 장악한 김정은 제1비서가 11일 당대표자회의에서 당권장악에 이어 정권(국가기구) 장악까지 완료하여 김정은 통치체제가 완전히 구축되는 ‘역사적인 날’인 셈이었다.

 

3. 북한의 전략적 판단

가. 발사 여부

북한은 미사일 발사가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고, 어떤 이익과 손실을 보게 될 것인지 나름 판단을 했을 것이다. 또 새로운 장소에서 미사일을 발사한 것만 보아도 북한은 오랜 전부터 장거리 미사일 발사계획을 갖고 준비해왔던 것으로 보아진다. 또 발사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먼저(2.29) 북미합의를 이끌어낸 것과 남한의 제19대 국회의원 총선에 적극 개입을 시도한 것도 그들의 전략적 접근이었음을 알 수 있다. 북한은 장거리 미사일 발사 여부를 결정함에 무엇을 고려하였을까? 또 여러 가지 고려요소 중에 어디에 비중을 두었기에 ‘발사’ 라는 결정을 내린 것일까? 우리는 북한의 정책결정 메카니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북한은 김정은 통치체제 구축을 완성하는데 가장 큰 비중을 두었을 것이다. 김정일 사망 시 장성택이 대장 계급장을 단 군복을 입고 등장한 모습은 북한이 군부중심의 선군정치를 암시함과 아울러 군을 장악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되는 당일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김정은 통치체제의 견고함을 북한 주민은 물론 대내외에 알리는 중요하고도 중대한 메시지를 담는 것이었다. 만약 미사일 발사를 포기한다면 군부에게 김정은의 허약함이 노출되어 김정은 통치체제 구축은 미완성의 상태로 남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느꼈을 것이다. 더구나 강성대국 선포 원년이고 이를 선포하기에 적시적 시점인 김일성 100회 생일이 아닌가. 이를 기점으로 군부를 확실하게 장악하고 주민들로부터 충성심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그러나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그렇게 기쁜 날 주민들을 배불리 먹여야 하는데 북한에는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식량난의 문제가 있다. 단지 이 문제만 보면 미사일 발사는 불가하다. 당장 미국으로부터 예정된 식량지원이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국제사회도 제제조치에 들어갈 것이고 북한으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미사일 발사를 포기한다면 식량난의 일시적 해소는 가능할지 모르나 내부적으로 특히 군부에게 김정은 체제의 허약함이 노출되어 김정은 통치체제 구축은 미완성의 상태로 남게 될 것이다.

김정은은 선 통치체제구축 완성, 후 식량난 해소라는 전략적 결심을 한 것이다. 이를 위한 접근 방법은 미사일 발사 발표 이전 미국과 협상을 하여 식량지원을 약속받고, 미사일 발사 발표를 하면서 이것이 미사일이 아니고 인공위성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알리는 것이고, 국제사회가 이를 신뢰하지 않고 대북제제조치에 들어갈 경우에 대비하여 미사일 발사 성공 시에는 미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또 다른 협상테이블을 만들어 식량난 해소문제를 이끌어 내고자 했던 것이다. 또 실패 하더라도 실패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인공위성이었음을 거듭 강조하여 인도적 지원을 얻고자 했던 것이다. 특히 북한은 최악의 상황을 고려함에 남한의 정치상황을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판단했을 것이다. 당시 남한에서는 제19대 국회의원 총선 유세전이 진행 중이었고 전반적으로 예년과 다르게 친북성향의 야권이 다수당이 될 것으로 예측했을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도가 지나칠 정도로 선거에 개입하였음이 확인 되었고 각 종 여론조사에서도 야당에 유리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한에서 야권이 과반의석을 넘는 다수당이 된다면 북한의 식량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한마디로 남한의 정치 상황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부추긴 셈이 된 것이다.

 

나. 발사 시점

미사일 발사를 결정한 이상 언제 발사하느냐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들이 공개적으로 발표한 것은 남한에서 핵 안보 정상회의 준비가 한창이던 지난 3월 16일이었으며, 조선우주공간기술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김일성 주석 100회 생일인 4월 15일을 맞아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발사 시기는 4월 12일에서 16일 사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외신기자들을 초청하여 발사대까지 보여주며 인공위성임을 강조하였다.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만류와 압박이 이어졌고 급기야 가장 우방국이라 하는 중국과 러시아마저도 명백한 도발로 규정하고 발사 시 유엔 안보리 회부를 거론하기 시작했다. 미국과 일본은 요격을 검토한다는 정보를 흘리기 시작했다. 북한은 당황했을 것이다. 중국마저 돌아서고, 인공위성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아무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상으로 봐서는 4월 12일이 가장 좋았고, 13일보다는 14일이 조금 낳은 편이었다. 전문가들은 12일로 예측했다가 곧바로 14일 가능성을 예측했다. 그러나 북한은 기습적으로 4월 13일 아침 07시 39분에 발사했다. 무엇이 이 시간에 발사하게 했을까. 국내적으로는 4월 13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국방위원장에 추대되면서 명실상부한 정권을 잡게 되는데, 이 추대시점을 고려함과 아울러 미국과 일본의 요격검토에 부담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초청한 외신기자들도 모르게 기습적으로 아침 0739분에 발사를 감행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 정권이 미사일 축포로 출발하면서 김일성 주석 생일 100주년에 강성대국 원년을 선포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했을 것이다.

 

다. 성공과 실패에 따른 대응전략

미사일 발사가 성공했을 경우 북한은 김정은 정권의 새 출발을 알리는 축포의 의미로 강성대국에 진입하였음을 전 인민들에게 선포하며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자축하고, 전 인민의 충성심을 자극하고자 했을 것이다. 또한 국제 사회에는 인공위성 발사 성공을 알리고 식량지원을 받기위해 대미협상을 요구 하고자 했을 것이다. 미사일 발사 성공은 그 자체만으로 미국에 위협이 되기에 미국으로서는 북한의 핵 폐기를 위해 어떻게 하든 협상에 응하려 할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의도를 북한은 잘 알고 있다.

만약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북한의 전략은 무엇일까. 이미 예견된 일이지만 국제적 고립을 자초하여 조롱거리가 되었고, 유엔 안보리에 회부되어 국제적 제제를 받게 되면 경제적으로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현실적으로 남한에서도 현 여권이 과반의석을 확보 다수당이 되었고 통합야권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나 이미 구축된 남조선 혁명역량은 유사시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할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즉각적인 6자회담 복귀선언이고 또 다른 하나는 핵 실험 등 초강경적인 군사적 도발이다. 이 중 첫 번째 6자회담 복귀선언은 당사국들의 신뢰회복이 전제되어야함을 고려해볼 때 북한이 조급한 입장이 될 것이고, 핵 실험 등 초강경적인 군사도발은 미국을 비롯한 주변국들을 스스로 협상의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는 전략으로 가능성이 있다고 볼 것이다. 특히 핵 실험은 이미 그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어 많은 전문가들도 예측하고 있지만 초강경적인 군사적 도발에 대해서는 아직 언급되고 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사일 발사 실패 이후 북한이 조바심을 내고 있는 것 중의 하나는 남한이 서해상에 떨어진 미사일 잔해 수거여부일 것이다. 혹여 2,3단 로켓을 수거하여 인공위성이 아닌 장거리 미사일로 확인 될 경우 국제 사회로부터 받은 비난은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런 상황이 온다면 북한으로서는 원래의 북한 방식대로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바 바로 초강경적인 군사적 도발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그 대상도 미사일 잔해를 수거한 해군을 대상으로 해상에서 도발을 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4. 결 론

지금까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따른 전략적 판단에 대해 알아보았다.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의 정책결정 메카니즘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 문제로 과거 북한이 보여 온 행태에 기초해 볼 때 북한의 최우선 목표는 ‘김정은 정권의 확고한 체제 구축’이다. 따라서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정책이 결정되고 전략이 구사되는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고 본다. 금번 장거리 미사일 발사문제도 국내외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있지만 모든 것을 감수하고라도 반드시 이 목표를 달성해야겠기에 북한은 발사여부와 발사시점, 발사 이후 성공과 실패에 따른 대응전략을 마련한 가운데 행동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의 다음 행동이 무엇인지 예측하고 그에 대비해야할 것이다. 미사일 잔해 수거에 대해서도 북한이 더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에서 잔해 수거 시 공개 여부에 대해서 신중하고도 전략적인 판단을 하여 결정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북한 김정은 정권은 당황스러울 만큼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고, 국제적 비난여론과 고립, 심각한 식량난 문제, 전면에 나서 옹호하고 있는 군부중심의 선군정치체제가 다음 행동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결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대비태세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