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랑길 1,800km 완주는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강화에서 시작해 해남까지 바다를 따라 섬을 지나
수많은 마을과 어촌 갯벌과 방조제를 따라
걷고 또 걸었습니다.
이 길은 지도상엔 하나의 선으로 그어져 있지만
내게는 하루하루의 고요한 울림이자
마음속에 새겨진 물결이었습니다.
걷는 동안 사람 구경 한 번 못한 날이 많았고
말 한마디 하지 못한 날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처음엔 그 적막이 낯설고 어색했습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그 침묵이 나를 품었고
그 속에서 오래된 기억들과 감정 잊고 지냈던
나 자신이 조용히 말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말은 2~3년이면 배울수 있지만
침묵은 60년이 넘게 걸린다는 사실을
이 길 위에서 배웠습니다.
서해랑 길은 단지 바닷길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내 안의 낡은 문 하나를 여는 여정이었고
더는 미루지 않기로 한 고백이었으며
침묵과 친구가 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습니다.
길 위에서 만난 바람과 나무
멀리서 손 흔들어 주던 모르는 사람들
아무도 없는 들판에 피어 있던 들꽃들
그 모든 것이 말 없는 위로였고
조용한 동행이었습니다.
큰 사랑 받고 떠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