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감동적인 이야기를 좋아하는가. 이 이야기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지도를 펴기 바란다. 아마 당신이 알고 있을 중국과 일본 사이에
한반도가 있고 그곳에 한국이라는 나라가 보일 것이다. 이야기는 이
조그만 나라의 어느 마라토너가 중심에 있다.
어느 여름날 우연히 본 한 장의 사진 때문에 나는 이 나라, 아니 이 민족의
굉장한 이야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1936년 히틀러 통치 시절, 베를린에서
올림픽이 열렸고 그때 두 일본인이 1위와 3위를 차지 하였다. 2위는 독일인
이었다. 헌데 시상대에 올라간 이 두 일본인 승리자들의 표정, 이것은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슬픈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 불가사의한 사진,
무엇이 이 두 승리자들을 이런 슬픈 모습으로 시상대에 서게 했는가.
과거도, 그리고 현재도 가장 인간적인 유교라는 종교가 지배하는 이 나라 아니
이 민족은 이웃한 일본인에게 어처구니없는 침략을 당하여 즉 식민지로 떨어지고
말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당시 대부분의 불행한 식민지의 청년들은 깊은 고뇌와
번민에 개인의 이상을 희생하고 말았고 "손" 과 "남" 이 두 청년들 역시 예외일 수는
없었다. 이 두 청년들은 달림으로써 아마도 자신들의 울분을 표출해야만 했는지도
모른다. 이 두 청년들은 많은 일본인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마침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달렸을 것이다. 달리는 내내 이 두 청년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그들은 승리했고 시상대에 오를 수 있었지만 그들이 가슴에는 조국 대한민국의
태극기 대신에 핏빛 동그라미의 일장기가 있었고, 스탠드에 역시 이 핏빛 일장기가
올라가고 있었다. 이때 이 두 청년의 표정이란.... 그들은 깊게 고개를 숙인 채
한없이 부끄럽고 슬픈 얼굴을 어느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 뉴스를 전한 일본 검열하의 한국 신문 동아일보는 이 사진 속의 일장기를
지워버리고 만다. 이 우습고도 단순하면서 무지하기까지 한 탄압의 방법이란...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마침내 이 민족은 해방되고 강요당한 이데올로기에
의해 무서운 또 한 번의 전쟁을 치른 후, 한강의 기적을 통해 스페인보다도
포르투칼보다도 더 강력한 경제적 부를 이루고 만다. 그리고는 수도 서울에서 올림픽을
개최하는데 이른다.
불과 50년...태극기조차 가슴에 달 수 없었던 이 나라 아니 이 민족이 올림픽을
개최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개막식, 성화를 들고 경기장에 들어선 작고 여린 소녀
마라토너로부터 성화를 이어받은 사람은 그날 너무나도 슬프고 부끄러웠던 승리자
"손"(손기정)이었다. 노인이 되어버린 이 슬픈 마라토너는 성화를 손에 든 채 마치
세 살 먹은 어린애와 같이 훨훨 나는 것처럼 즐거워하지 않는가!
어느 연출가가 지시하지도 않았지만 역사란 이처럼 멋지고도 통쾌한 장면을 보여줄 수
있나보다. 이 때 한국인 모두가 이 노인에게, 아니 어쩌면 한국인 개개인이 서로에게
얘기할 수 없었던 빚을 갚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극적이게도 서울 올림픽 도중에
일본 선수단은 슬픈 소식을 들어야만 했다. 쓰러져 죽음을 기다리는 히로히토 일왕의
소식..... 나는 이 이야기가 여기서 끝이기를 바랐다. 이처럼 굉장한 이야기가 이대로
보존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놀라운 정신력으로 그들이 50년전
잃어버렸던 금메달을 되찾고 만 것이다.
서울 올림픽이 끝나고 4년 후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에서 "황"(황영조)이라고 하는
"손"노인과 너무 흡사한 외모의 젊은 마라토너가 몬주익 언덕에서 일본과 독일의 선수
들을 따돌리고 마침내 더 이상 슬프지 않는 축제의 월계관을 따내고 만 것이다.
경기장에 태극기가 올라가자 이 "황"은 기쁨의 눈물과 함께 왼쪽 가슴에 달린 태극기에
경의를 표한다. 그리고는 스탠드로 달려가 비극의 마라토너"손"에게 자신의 금메달을
선사하곤 깊은 예의로서 존경을 표한다. "황"을 가슴에 포옹한 "손"은 말이 없다.
나는 이 이야기를 접하고는 인간에 대한 신뢰에 한없이 자랑스러움을 숨길 수 없었다.
인간이란, 이 한국인 아니 이 한국 민족처럼 폭력과 거짓과 다툼이 아니라 천천히
그러나 불굴의 의지로서 자신들의 고통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그것이 비극적인 눈물로 시작된 역사일지라도 환희와 고귀한 기쁨의 눈물로 마감할
수 있는 것이다. 역사상 어느 민족도 보여주지 못했던 인간과 국가와 민족의 존엄을
이 한국인 아니 한국 민족이 보여주지 않는가.
도서관에 달려가라. 그리고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시상대에 선 두 한국인의
사진을 찾아라.... 그리고 그 후에 펼쳐지는 감동의 역사 드라마의 명장면들....
당신은 그 순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인간이 될 것이다.
이화여대 이배용 총장 특강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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