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시대](1) 권력구도 어떻게<br>전병역 기자 junby@kyunghyang.com<br><br><STRONG style="COLOR: #6b6b6b">ㆍ권력중심 ‘당 중앙군사위’로… 국방위원회 위상 변화 주목</STRONG><BR><BR>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북한의 ‘영도자’가 된 김정은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29)은 어떤 방식으로 권력구조를 만들어갈까.<BR><BR>김정은이 아직 국방위원회 등 고위직은 맡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당 중앙군사위를 중심으로 힘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후계세습이 순탄하게 진행될 경우 내년 봄쯤 국방위원장에 오를지 주목된다.<BR><BR>지난 19일 국가장의위원회에 첫째로 호명되고 ‘영도자’로 나선 것은 김정은이 이미 군을 장악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북한 헌법상 최고기구라는 국방위원회 수장에 오르지 않고도 군권을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당 중앙군사위를 통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방위와 국방위 산하의 인민무력부는 군을 행정상 지도하고 외교를 맡는 데 비해 노동당의 군 총정치국과 총참모부는 인사권과 지휘권을 행사하는 막중한 조직이다. <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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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article_photo><IMG hspace=1 vspace=1 src="http://img.khan.co.kr/news/2011/12/21/mb1222j_20p_A8b.jpg">
<P>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자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지난해 10월 평양 5월1일 경기장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창건 65주년 경축 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관람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 연합뉴스</P></DIV>
<DIV style="PADDING-TOP: 10px"></DIV></DIV><BR>군을 장악하면 김정은의 다음 지위는 무엇일까. 최고지도자가 되려면 군은 물론 당과 국가기구 요직을 차지해야 한다. 원칙상 ‘노동당 국가’인 북한에서 당 정치국 상무위원이나 비서국 총비서에 오르는 것은 기본이다. 이어 헌법상 최고자리인 국방위원장에 김정은이 오르거나, 다른 대안을 택할 여지도 있다.<BR><BR>국방위는 김 위원장이 1994년 7월8일 김일성 주석의 사망 당시 전쟁 직전까지 간 북핵 파동을 거치며 당보다 군을 앞세우는 ‘선군정치’를 해온 비상체제다. 유훈통치 3년(1994~1997년)을 끝내고 당 총비서에 오른 김 위원장은 1998년 9월 국방위원장에 재추대되면서 명실상부한 최고지도자로 나섰다. 2009년에는 헌법을 개정해 ‘국가주권의 최고국방지도기관’(106조)으로 끌어올렸다.<BR><BR>군 경험이 거의 없는 김정은에게는 권력을 물려주기 위해 다른 장치가 필요했다. 북한은 지난해 9월28일 44년 만에 3차 당대표자회를 열어 당 중앙군사위를 상설기구로 키우고 김정은을 ‘신설한’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올리며 후계자로 공식화했다.<BR><BR>오극렬·리용무·김영춘 부위원장 등 원로가 포진한 국방위에 김정은을 바로 앉히기보다 당 중앙군사위라는 우회로를 택했다. 실세인 장성택도 국방위 부위원장이지만 당 중앙군사위에는 위원에 머물게 해 견제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김정은의 측근이자 군권을 실제로 행사하는 리영호 총참모장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앉혔다. 국방위 대신 중앙군사위 위주로 신구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곧 “김정은에게 군권 이양을 순조롭게 하기 위한 장치”(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가 당 중앙군사위라는 것이다.<BR><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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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article_photo><IMG hspace=1 vspace=1 src="http://img.khan.co.kr/news/2011/12/21/north1.jpg"></DIV></DIV><BR>그러나 국방위를 앞세운 선군정치는 어디까지나 위기관리용 성격이 짙다. 북핵 문제 등이 해결되면 장기적으로는 노동당 중심으로 복귀해야 한다. 당 중앙군사위를 동원한 것은 어떤 면에서는 ‘당을 통한 지배’로 정상화하는 효과도 노린 이중포석으로 보는 이유다. 지난해 당대표자회에서 당 규약을 개정해 ‘인민군은 당의 군대’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당 총비서가 당 중앙군사위원장을 겸직하도록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의 조치다.<BR><BR>아예 김정은 시대에는 국방위의 위상이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국방위는 김정일 시대에 한시적인 비상체제로, 김정은 집권 시 사라지거나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주석직과 중앙인민위원회를 폐지하고 김일성을 ‘공화국의 영원한 주석’으로 올린 전례를 따라 김정은도 김 위원장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남기는 식이다. 헌법에서 주석은 김일성뿐이라고 규정한 만큼, 김정은의 국가직은 국방위원장이 아닌 다른 직책을 만들어야 할 수도 있다.<BR><BR>다른 의견도 있다. 김용현 교수는 “헌법상 최고기구인 국방위를 잡지 않고 김정은이 권력승계를 마무리짓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내년 1~3월 중 당 중앙위 전체회의나 최고인민회의 상임위를 개최해 당 총비서와 국방위원장직을 맡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 중앙군사위는 당 총비서나 국방위원장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이란 얘기다. 군부를 장악하기 위해 당 중앙군사위에서 힘을 키운 뒤 국방위를 접수하는 경로가 된다.<BR><BR>적어도 김정은 후계체제 초반에 당 중앙군사위에 힘이 실릴 것은 분명해 보인다. 국가정보원은 20일 국회 정보위 보고에서 “북한이 김 위원장 사후 당 중앙군사위를 중심으로 과도통치기구를 구성해 현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권력구조를 속단키는 아직 근거가 불충분하다. 당 중앙군사위와 국방위의 관계 설정은 김정은 시대를 보는 가늠자가 되고 있다.<BR><BR>ⓒ 경향신문 & 경향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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