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경제 정책 변화의 개혁적 의미와 전망
이상만 교수(중앙대 경제학과)
1. 북한의 경제관리 방식의 변화
지난 7월1일을 기점으로 북한은 대폭적으로 경제관리 제도의 개혁을 단행한 것으로 보인다. 6월1일 각급 기관에 통보된 내부시행 문건에 의거 단행된 경제관리 방식의 변화는 일종의 북한식 경제개혁 조치로 간주할 만큼의 혁명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향후 북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경직된 중앙집권적 계획경제만을 고수해왔던 북한이 한계점에 이른 식량난 등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 기존의 중앙집권적이며 경직적인 계획경제로부터 보다 실리적이며 분권적인 계획경제 정책으로 전환을 위한 종합적인 경제관리 개선정책을 단행하게된 것이다.
북한은 김정일 위원장의 상해방문 이후 이미 2001년 초부터 ?신사고?를 강조하면서 경제개혁을 시동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부시행정부의 등장으로 북미관계가 악화되면서 개혁조치가 지연되어오다가 이번 7월1일부터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개선이라는 이름 하에 개혁적 차원의 경제관리 개선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북한이 경제개혁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기존의 경직적인 중앙집권적 계획경제의 관리방식으로는 식량난 등 만성적인 경제 위기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수 백만 명이 굶어죽은 것으로 알려진 고난의 행군을 거치고도 북한경제는 아직 회생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으며 식량난이 더욱 악화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주민들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체제를 유지하는 것은 그 한계점에 달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체제유지를 위한 자구 노력의 하나로 경제개혁 조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당국은 아직까지 경제관리 개선 조치에 대해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있지만 현지 소식에 의하면 개혁조처에 따른 내부 동요를 막기 위해 6월초 관련기관에 하달한 내부 문건에 이번 경제관리 개선 정책의 전체적인 시행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북한이 추진중인 경제관리 개선 조치의 기본 방향은 사회주의 기본틀 즉 생산 수단의 전인민적 소유에 기초한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테두리 안에서 실리보장의 원칙을 접목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일련의 개선작업을 통해서 경제관리에 있어 실리보장의 원칙을 도입하여 “고칠 것은 대담하게 고치고 새롭게 창조할 것은 적극적으로 창조하는 혁신적 안목”으로 모든 경제사업을 진행하고 이를 통해서 경제발전을 도모하고자 하는 것이다.
실리보장 원칙의 적용을 위한 북한의 경제관리 개선 조치는 다음과 같이 3가지 방향에서 추진되고 있는데, 첫째, 모든 생산물을 ?제가치대로 계산?해야 실리를 보장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임금과 가격의 현실화를 추진하며 둘째는 공장․기업소들에서 시행하고 있는 독립채산제에 대한 평가를 “번 수입에 의한 평가?라는 실적위주의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 분배에 있어서는?많은 일을 하고 많이 번 사람에게는 많이 분배하고 적게 일하고 적게 번 사람에게는 적게 분배한다?는 성과 분배의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북한은 현재 추진중인 경제관리 개선 조치가 어디까지나 사회주의 원칙의 기본 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시장경제의 도입으로 해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경제관리 개선조처의 시장 경제적 의미를 부정하고는 있지만 현재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경제관리 개선 조치는 중국 베트남 등의 사례 등으로 볼 때 경제개혁의 초기단계로 볼 수 있으며 계획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개혁적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경제관리 개선조처가 확대 추진됨에 따라 북한의 계획경제에 시장 경제적 요소가 점차 확대 접목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이번 단행된 북한의 경제관리 개선 조치의 내용과 그 개혁적 의미를 살펴보고 그 결과에 대해 전망을 해보고자 한다.
2. 북한 경제관리 개선 정책의 내용
이번에 새롭게 시행하는 경제관리 제도 개선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 물가와 임금의 대폭 인상과 배급제 폐지 등 가격개혁과 배급관리 제도의 개편을 들 수가 있다. 이는 식량난이 심화되고 국가 배급망이 붕괴되면서 전역에 확대되고 있는 암시장에 대한 의존을 줄이고 현실화된 새로운 국가 가격체계로의 개편을 통해서 국영상점 중심의 유통망을 복구하고자 하는 시도로 불수가 있다. 90년대 이후 식량난이 가중되고 국가 배급망이 붕괴되면서 농민시장으로 대표되는 암시장은 북한주민생활에 필수적인 물자 조달처로 그 중요성이 커 왔으며 북한 주민들의 식량과 생필품의 약 60-70%가 이곳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국영상점의 기능을 대신할 정도로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암시장 가격은 일반적으로 정부 배급가격의 수백 배에 달하는 수준인데 이번의 국가가격의 인상과 급여의 인상 조처도 암시장거래를 정상적인 국가 유통망에 흡수하고자 하는 의도가 큰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가격 현실화 조처의 내용을 살펴보면 쌀 가격의 경우 배급가격은 기존의 8전에서 44원으로 그리고 수매가격은 80전에서 40원으로 대폭 인상되었다. 그리고 임금의 경우는 직종별로 차이가 있으나 일반적으로 20배 이상 인상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예를 들어 가장 큰 상승폭을 가져온 탄광 노동자의 경우는 기존의 200원에서 6000원으로 30배 이상 인상된 경우도 있다. 배급제도도 대폭 축소되었는데 앞으로 식량 등 생필품의 경우는 배급대신 국영상점에서 인상된 가격으로 자유롭게 구매하게 하게 된다. 또한 정부차원에서 그 동안 국경일등에 제공되던 선물 등도 대폭 줄어 들것으로 보이며 특히 무상교육 제공 차원에서 국가에서 지급하던 교복, 교육용 교재 학용품까지도 이제는 학부모들이 구매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둘째는 그 동안의 중앙집권적이던 생산관리 방식의 개편을 들 수가 있다. 생산관리에 있어 하부기관으로의 권한이양과 공장 기업소의 독립채산제의 강화와 책임경영제 시행, 그리고 성과급 제도의 도입 등 기존의 명령식 계획경제에서 분권적 실리적 계획경제로의 생산관리 방식을 전환한 점이 특징이다.
시행령에 의하면 북한은 그 동안 중앙정부가 갖고 있던 생산관리 계획 권한 중 군수공업 등 국가전략에 중요한 분야를 제외한 나머지를 하부 기관이나 지방에 대폭 이양한 것 밝혀졌으며 이와 함께 북한은 지방의 공장에서 생산된 상품에 한해선 그 가격을 해당 공장이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국가계획위원회는 국가적인 중요 지표들을 계획화하고 개별적인 생산계획과 관리는 지방정부에 위임되었다.
그리고 공장 기업소의 경우에도 기존에 당위원회가 갖고 있던 기업운영 권한을 대폭 전문경영인인 지배인에게 넘기는 지배인에 의한 책임경영제가 도입되고, 생산계획을 초과하는 잉여분에 대한 자율적 처분을 보장하는 등 독립채산제의 강화 그리고 일률적인 임금지급을 지양하고 생산성과에 따라 임금을 지불하는 등 성과급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처로 공장 기업소 들은 경영성과를 중심으로 평가를 받으며 계획을 초과 달성한 공장. 기업소의 근로자들은 그에 상응한 추가 분배를 받게 된다. 그 외에도 책임시간 초과 근무에 대한 초과 임금지급제도 실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이번의 생산관리 방식의 변화는 기존의 북한식 생산관리 방식과는 다른 파격적인 개혁적 조치로 보이며 북한경제관리 방식에 기본적인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공업부문의 생산관리 방식의 변화는 기존의 일방적 명령형 생산방식에서 실리위주의 자율적 방식으로의 전환을 뜻한다.
한편 이번 조처의 내용에는 개혁 초기 중국의 기업 개혁 내용과 유사한 내용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번에 도입한 북한 기업소의 책임경영제는 중국 개혁 초기단계의 공장장 책임제와 그 성격이 유사하다. 중국은 개혁초기인 1978년 10월 일부성에서 기업소의 책임경영제를 위한 조치를 시범적으로 실시했고, 두 달 후 전국에 확대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북한의 경우 아직 중국과 달리 지배인에게 임금 결정, 승진. 해고처분 등의 결정권은 주고 있지를 않고 있기 때문에 중국식 개혁과는 차이가 있는 중앙통제하의 책임경영제의 도입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셋째는 농업부문에서의 가족분조제의 확대를 통한 농업 생산관리 방식의 개편을 들 수가 있다. 농업생산의 최소단위인 분조의 규모를 10- 25명에서 7-8명으로 줄여 분조의 구성을 가족단위로 하는 한편, 생산 목표량을 현실적으로 책정함으로써 초과 달성이 가능토록 하며 목표 초과시 가족 단위로 구성된 분조가 초과 생산물을 비교적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시행령에 의하면 가족분조의 경우 생산물의 30%를 국가에 지급하고 나머지 70%는 자유로이 처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앞으로는 비료 등 농작과 관련된 자재도 자율적으로 구입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가족 분조제의 도입은 중국의 개혁초기 농업개혁의 일환으로 농지를 농민들에게 임대 생산하게 한 생산 청부제와 형태는 다르나 농민에게 생산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농업 생산량을 증대시키기 위한 시도란 점에서는 성격이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전면 도입되는 가족 분조제는 북한에서 80년대 중반에 이미 계획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당시에는 사회주의에 역행하는 조처로 간주되어 제안자 등이 숙청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90년대 초반 농업제일주의로의 정책기조의 변화와 식량난이 심화되면서 96년 1월부터 북한의 일부지역에서 시행되기 시작했다. 관련기관에 하달된 시행관련 내부 문건에 의하면 가족분조제는 내년 1월부터 전국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도 그 동안 농민들의 개인 텃밭에서 생산된 농작물의 처분을 허용하였는데, 텃밭에서 생산되는 농작물의 경우 공동 생산단위인 협동농장에서 생산되는 농작물과 비교할 때 수확량과 질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내년에 전국적으로 시행예정인 가족분조제가 정착되는 경우에는 북한의 농업 생산량 증대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7월1일부터 외환관리제도도 바뀐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그 동안 실질환율과 괴리를 보여왔던 공정환율(대미환율)의 경우 기존의 2.2원에서 100원으로 대폭 인상하였으며(현지에서의 확인에 의하면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과는 차이가 있음) 외화 사용제도도 변경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1970년대 말부터 외화는 ‘외화와 바꾼돈표’로 바꾸어 사용하게 했으나, 이번 조치로 달러 등 외화를 외화상점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 동안 북한돈의 공식 환율은 1달러에 2.2원선으로 정해져 있으나, 북한돈의 가치하락으로 암시세는 250원으로 150배 이상의 차이가 있었는데 이번에 달러 환율의 인상을 통해서 암시장시세와의 차이를 줄이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현지소식에 의하면 최근 들어 북한 주민들 사이에 화폐개혁에 대한 소문이 나돌고 이번에 물가가 대폭 인상됨에 따라 암시장에서의 달러 환율도 300원대로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최근 떠돌고 있는 화폐개혁의 가능성은 아주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물가와 임금인상에 따라 화폐단위의 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번 배급제의 폐지와 가격 임금의 인상에 이어 화폐개혁이 이루어지는 경우 북한에도 화폐에 의한 거래가 정착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이번에 세금제도가 도입된 것으로 보이는데, 평양의 경우 비교적 큰 평수인 방 3칸 규모의 주택인 경우에는 집세, 수도세, 가스세, 전기세 등을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작은 평수의 경우에는 아직 세금을 부과했다는 소식이 없다.
3. 북한 경제관리 개선 정책의 개혁적 의미
7월1일부터 시행되는 경제관리 방식의 변화 내용의 전체내용을 살펴보면(6월초 관련 기관에 하달된 시행령에 전체의 내용이 자세히 언급됨)이번 북한의 물가․급여 인상이나 배급제 폐지 등 경제관리 방식의 변화는 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온 개혁의 연장선상에서 북한이 나름대로 새로운 개혁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볼 수가 있다. 물론 이번 조처의 일차적인 목적은 국영 부문과 사경제 부문간의 가격 격차를 줄여 사경제부문, 즉 암시장의 확대를 막고 북한주민들의 생필품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 그 일차적인 목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번 조처가 일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히 유명무실해진 식량 배급제를 폐지하고 주민들의 소득을 증대시켜 보다 용이하게 식량을 확보하려는 주민들에 대한 시혜적 차원의 조처로만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이번의 조처가 단순한 미봉책으로만 볼 수 없는 것은 이번의 정책변화는 기존의 정책과는 다른 개혁적 내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시행되는 배급제 폐지와 기업의 책임경영제 실시, 성과급 제도의 도입, 가족분조제의 확대 등의 조처는 기존의 경제관리 방식과는 차원이 다른 계획경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개혁적 조처로 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식량을 시장가격으로 거래를 하고, 국영부문에서 성과급을 채택한다는 것은 북한의 계획경제에 시장 경제적 요인을 접목하는 것으로 소위 북한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태동을 알리는 조짐으로도 그 의미를 확대 해석 할 수가 있다. 특히 6월에 북한의 각 기관에 하달된 내부시행 문건에서 이번 개혁조처에 따른 북한 사회의 내부 동요에 대한 준비가 강조된 점은 이번 조처가 얼마나 개혁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 수가 있다. 북한당국도 이번 조처에 따른 파급효과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은 그 동안 경제난 타개를 위해 나름대로의 개혁조처를 취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 경제 개혁의 역사는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경제체제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했던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북한은 중국에서 개혁의 성과가 가시화되는 1984년 외국기업의 북한 투자를 허용하는 합영법을 제정 외국투자 도입을 시도하였다. 그러나 이 정책은 북한의 무역대금 미결제 문제 등으로 인해 일부 재일 조총련 기업을 제외하고는 외국기업을 유치하는데 실패한다. 이후 북한은 소련을 비롯한 동구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후인 1991년, 중국의 경제특구 제도를 원용, 나진 선봉 지역을 경제특구로 선포한다. 당시 북한은 외자를 유치해 이 지역을 북한 중국 러시아를 잇는 삼각무역의 중심지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자유무역지대 건설을 추진하였다. 그러나 투자 설명회 개최, 외국 투자법의 제정 등 북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외국 투자 유치에 성과를 얻지 못하는데 이 지역에 실제 투자된 외자는 1억2,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경제특구의 실패는 김일성(金日成) 사망 후 북한체제의 불안정과 인프라의 부족 등 열악한 투자 환경과 남한기업의 참여배제 정책이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이후에도 북한은 나름대로의 정책변화를 시도하는데, 93년의 농업, 경공업, 무역 제일주의로서의 정책전환과 96년 1월부터 시범적으로 시행한 가족 분조제의 시행, 98년 9월 생산조직의 채산성을 강조하고 독립채산과 원가개념을 명문화한 인민경제법의 제정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그리고 99년 이후 경제전문가 들의 해외 연수(지난 3년간 800여명이 오스트리아 등에서 연수를 통해서 시장경제에 대한 지식을 전수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음)가 대폭 확대되었고, 2001년 신년부터는 김정일 위원장이 “새로운 관점과 높이에서 문제를 풀어갈 것”(2000년 1월 노동신문 등 신년 공동사설)을 요청하는 등 신사고를 강조하고, 공장 기업소의 경영구조 개선을 위한 경영개혁조치를 취한바 있다.
《90년대 북한이 추진한 경제관리 개선을 위한 주요 조치》
시기 |
내용 |
비고란 |
1993년 |
농업, 경공업 무역제일주의로서 정책 전환 |
기존의 중공업 중심에서 전환 |
1994년 |
나진 선봉 자유무역지대 개설, 외국 투자법 정비 |
적극적 해외투자 도입 정책으로 전환 |
1996년 1월 |
농업부문: 분조 관리제 개혁(1996년 1월) 시범실시 |
목표량 초과생산 잉여농산물 자유처분 첫 허용 |
1998년 9월 |
독립채산, 원가제 명문화한 헌법개정 |
가격, 수익성 등 생산조직의 채산성 관련규정 명시 |
1999년 초 |
대규모 전문가 해외연수 실시 |
오스트리아 등 1백 30명 시작, 2000년 1백70명 2001년 5백 명, 등 최근의 3년간 8백 명 |
2001년 1월 |
김정일 위원장 신사고 제기 |
“새로운 관점과 높이에서 문제를 풀어갈 것”(2000년 1월 노동신문 등 신년 공동사설) |
2001년 1월과 9월 |
공장. 기업소 경영구조 개선 |
무역상사 경영구조 전문화 등 효율성 제고 조처 |
2002년 7월 |
대폭적 경제관리 개선 조처 |
배급제 폐지, 임금인상. 물가현실화 등, 가족분조제 확대등. |
이번 북한이 시도하고 있는 경제관리 개선조처도 9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개혁조처들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볼 수가 있으며 나름대로의 개혁을 위한 치밀한 준비단계를 거쳐 추진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의 조처를 일시적인 정책변화로 보기는 힘들며 북한은 계획경제의 틀 속에서 나름대로의 새로운 시도를 시작했다고 볼 수가 있다.
그리고 북한은 개혁에 따른 내부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당국의 공식적인 선언보다는 관련기관에 하달된 내부 시행 문건(6월초)을 통해서 조용한 방식으로 개혁 조처를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시행초기 이번 조처의 전체적인 내용이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조처들이 부문적으로 시행되면서 그 내용에 대한 오해가 많았던 것 같다. 그러나 내부 문건에는 7월에 시행된 이번 조처의 전체적인 내용들이 자세하게 명시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이번 개혁조처의 직접적인 계기는 2000년 김정일 위원장의 상해방문에서 받은 충격으로부터 기인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 위원장의 중국방문에는 많은 경제 실무 전문가들을 대동하였으며 중국에서 받은 충격이 개혁조처를 앞당기는 계기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이번에 대폭 변경된 경제관리 방식의 변화는 앞으로 북한의 경제관리의 기본 틀이 될 것으로 보여 이번 조처의 파장은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처에 따른 성과가 나타나고 그 부작용이 예상보다 적을 경우에는 중국의 초기 개혁수준으로 까지 개혁조처가 확대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인다.(현재도 조선 중앙은행 부총재, 국가계획위원회 인민경제 종합 기획책임자가 중국에 체류하면서 중국의 개혁조처에 대해 계속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짐). 북한이 당면하고 있는 경제난의 심각성과 경제 회복을 위한 제3의 대안이 없다는 점에 대해서는 권력내부에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며 특히 개혁을 이끌고 있는 개혁세력의 선봉에는 신사고를 주창하면서 개혁적 사고의 전환을 강조하고 나선 김정일 위원장이 있기 때문에 군부 등 일부에서 반발이 있을지라도 개혁조치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이번 조치가 시행된 후 외국사절에게 직접 이번 조처에 대한 배경 설명을 하는 등 김정일 위원장 스스로가 적극적인 자세로 임하고 있으며 김용순, 장성택 홍성남 총리 등 북한의 경제 실세들이 개혁정책을 이끌고 있다.
한편 북한이 개혁을 본격화하는 경우에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중국식 모델을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경제개혁을 사회주의의 패배라고 생각을 하고 중국식 개혁의 문제점을 시장경제의 문제점으로 해석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나름대로의 논리를 설정 북한식의 독특한 방식으로 개혁(소위 주체적 개혁)을 추진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우리가 북한식 개혁의 방향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아주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혁의 내용과 본질은 북한의 현행 계획경제 체제에 시장 경제적 요소를 접목하는 형태가 될 것은 틀림없다. 구 사회주의 체제 국가의 사례를 볼 때 북한의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한 제 3의 대안은 존재하기 않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조치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틀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으나 본질적으로 시장 경제적 요소가 도입되었다는 측면에서는 경제개혁의 초기 형태로 볼 수가 있다. 만약 이번 조처에 따른 성과가 나타나고 그 부작용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면 북한은 배급 폐지 품목을 더욱 확대하고 임금 인센티브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등 보다 폭넓은 개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배급제를 폐지하고 시장경제적 거래제를 채택한 것은 암시장 거래를 국가 유통망에 수용한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북한 사회에 시장경제의 뿌리를 내리는 계기가 될 수가 있다.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북한의 사경제 부문은 식량난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그 규모는 이미 북한 국내총생산(1백 67억 9천만 달러)의 3.6 %(6억1천만달러)로 독일 통일직전인 동독과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사경제부문의 거래를 국영부문에서 수용한 것은 북한당국이 북한사회의 “아래로부터의 개혁요구”를 수용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중국식의 ‘위로부터의 개혁 모델’과는 그 형태가 다른 소위 북한식 경제개혁의 특징이 될 수가 있다. 그러나 북한의 식량문제는 북한의 농업부문이 안고있는 구조적 문제로부터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의 조처로 북한의 식량생산이 급격하게 증가될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다. 따라서 북한의 식량난은 당분간 계속 될 것이며 생필품에 대한 공급 부족 현상도 지속되어 사경제 부문은 계속 확대될 가능성도 높다. 이런 경우 북한은 개혁적 조치를 계속 확대하게 되어 경제개혁이 본격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북한의 조처는 개혁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가 있다.
4. 향후 전망과 우리의 대응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개선을 위해 북한이 대폭적인 경제관리 방식의 개편에 나섰으나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며 그 성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이 다수이다. 정부의 배급분배에 익숙한 북한 주민들이 가격과 임금 인상을 통한 자율적인 거래형태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가 않으며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정부관료 역시 기존의 중앙집권적인 명령형의 계획경제에 익숙해 있어 채산성을 강조하는 분권적이면 실리적인 새로운 경제관리 방식에 적응하는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로운 시도에도 불구하고 경제개편 작업이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이루어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임금과 가격이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도 문제가 되는데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북한의 경제상황에서 일시적인 가격 인상만으로 암시장 거래를 수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공장이나 기업소의 경우 독립채산제의 기초개념인 원가나 채산성, 이윤 개념 등에 대해 아직도 이해가 약하고 독자적으로 운영 자본을 조달할 수가 없기 때문에 이번의 생산관리 방식의 변화에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현재 북한의 생산관리에는 구조적인 문제가 존재하고 있는데 특히 전력 등 사회간접자본의 부족은 생산관리에 치명적인 제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의 열악한 여건에서 기업소나 협동 농장이 단기에 자율적인 생산관리 체계를 갖추는 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특히 북한이 전력 등 사회간접자본 및 원료의 부족으로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격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암시장은 그대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으며 암시장 가격은 현재보다 엄청나게 높은 수준으로 상승, 북한 주민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도 높다. 실제로 북한에서 급격한 임금인상이 있었던 1990년대 초반 암시장 가격이 급증한 사례가 있다.
이와 같은 북한의 심각한 경제상황과 구조적인 문제점등을 감안할 때 생산관리의 개선이라는 내부적인 조처만으로 경제회생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이며 외국으로부터의 투자 확대가 선결과제가 된다. 그러나 그 동안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외국 투자유치 전략은 그 성과를 가져오지 못했는데 외자도입 정책이 실패한 중요한 요인은 북한의 폐쇄적 경제구조와 열악한 투자 환경 때문이었다. 따라서 외국투자의 확대를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대외개방 정책이 필요하며 현재 북한의 열악한 투자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현재 북한의 열악한 투자 환경을 감안할 때 단기에 외국투자가 증대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 따라서 남북한 경제협력의 확대만이 현재로서 북한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투자확대 조치가 될 것이다. 이번의 개혁적인 조치가 성공하기 위해서 북한은 남북경협 활성화를 위한 보다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 추진중인 경의선 철도가 연결되고 개성공단이 건설되면 북한의 투자환경은 급격하게 개선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다. 최근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경의선 철도 연계와 개성공단 사업이 완료되는 경우 수출유발효과가 200백억 달러로 현재 북한의 수출액(6억 5천만 달러)의 30배에 달하게 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현재와 같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추정된 결과라 신뢰성은 적으나 대규모 남북경협 사업의 실현은 북한의 투자환경을 급격하게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크다고 할 수가 있다. 그리고 중국에서 관심을 갖고 있는 신의주 자유무역지대가 건설되어 외국기업 전용 공단이 조성되는 경우에도 외국투자 확대에 크게 기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등을 감안할 때 향후 남북경협의 확대 여부는 북한이 시도하는 개혁 조치의 성패를 결정하는 변수로써 작용하게 될 것이다.
한편 북한의 개혁과 개방의 유도는 우리 대북정책의 중요한 추진 목표중 하나이다. 따라서 우리는 북한이 시도하고 있는 개혁 조치가 성공하고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는 북한의 전력 문제 해결을 위한 SOC 건설지원 등이 개혁의 성공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장기적 관점에서 북한의 개혁노력이 성공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대북 지원을 대폭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민간경제교류의 활성화를 위한 방안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북한 경제사절단의 적극적인 유치를 통해서 시장경제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고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경제관리 개선조처에 대한 자문에 응하며 북한에 생소한 경제특구 운용 등에 관한 정보들도 제공해야 할 것이다.
최근 북한 경제정책 변화의 개혁적 의미와
전망」에 대한 토론
남궁 영(한국외국어대학교)
1. 최근 경제정책 변화의 내용
◦ 배급제 개선
◦ 물가 현실화
◦ 임금인상
◦ 화폐제도 손질
◦ 지배인책임제
2. 경제정책 변화의 이유와 배경
◦ 공식경제의 붕괴
- 배급제도의 핵심인 식량의 경우, 북한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매년 200만 톤 이상이 부족한 상황에 처해 있음.
- 금년에도 626만 톤이 필요하나 생산은 395만 톤에 불과하여 231만 톤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됨.
◦ 확대되는 비공식경제(사경제)의 통제 및 국가 경제관리의 강화
- 공급부족으로 배급을 제대로 줄 수 없는 상황에서 근로자 월평균 임금(1백원 정도)으로는 농민시장에서 쌀 2kg 밖에 살 수 없는 현실을 볼 때, 배급체계와 암거래의 왜곡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경제를 다잡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고육책으로 볼 수 있음.
- 최근 북한의 농민시장 등 사경제 규모는 90년대 초에 비해 6배정도 늘어난 6억 1천만 달러로 추정(한국은행 발표자료)되며, 결국 이번 가격개혁은 이 같이 주민이 갖고 있는 자금을 국가재정으로 흡수해보겠다는 의도에서 나온 것임.
- 무상에 가깝던 식량배급을 암시장 가격수준으로 올리고 노동자 임금을 20-30배 인상함으로써 직장에서 일하지 않는 사람은 더욱 살기가 힘들게 될 것이며, 따라서 공장가동률이 20% 이하로 떨어진 산업현장으로 노동자를 유인하는 효과가 예상됨.
◦ 인센티브 제공에 의한 경제활로 모색
- 북한은 이번 조치에서 기업들이 국가에서 정한 생산량을 초과한 부분은 직원들의 상여금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 노동자들의 생산동기와 의욕을 자극하고 있음.
- 곡물의 국가 수매가격이 시장가격으로 오르게 됨으로써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고조시킴.
3. 북한 경제조치의 개혁적 의미
◦ 북한의 이번 조치는 가격자유화(시장의 가격기능 도입)가 아니라 단순히 국정가격과 농민시장 간의 가격을 조정한 것에 불과하며, 따라서 모든 국정가격을 일시에 현실화하면서 국가 차원의 경제관리 능력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임.
◦ 북한이 최근 취한 물가-임금 인상 등 일련의 경제정책 조치를 중국식 시장사회주의로 가는 것이라는 해석(평가)도 있으나 북한과 중국은 경제개혁에 임하는 기본방향이 다름.
- 중국은 ‘정치체제는 그대로 두나 경제는 개혁한다’는 확고한 정책기조(시장사회주의로의 ‘노선전환’)가 있었으나, 북한은 중앙통제식 계획경제의 추진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정책전환’)하는 데 그치고 있음.
- 북한과 중국의 경제개혁 차이는 대표적인 농업개혁인 북한의 「분조관리제」(1996)와 중국의 「농업생산청부제」(1979)가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음.
4. 북한 경제에의 영향
◦ 북한은 이번 조치에 따라 국가의 경제관리를 강화하기 위하여 국영상점 운영을 활성화하시키는 한편 농민시장에서 곡물 등을 사고 파는 행위를 제한할 가능성이 있음.
◦ 북한 당국은 낮은 국정가격 및 배급제의 부담에서 벗어나 재정비용을 크게 덜 수 있을 것임.
◦ 북한의 가격개혁의 성패는 공급량(식량, 생필품) 확보에 달려 있음.
- 중국의 가격개혁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정부가 상품공급량을 크게 늘림으로써 인플레이션에 강력히 대응할 수 있었기 때문이나, 북한은 공급 사이드를 만족시키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이 예상됨.
최근(2002. 7) 북한 경제정책 변화와 관련한 몇 가지 견해
박순성(동국대)
1. 내용, 성격, 배경, 전망, 대응
◦북한의 표현에 따르면 최근 변화는 ‘경제관리의 개선강화’이며, 이는 ‘사회주의원칙’과 ‘실리보장원칙’의 결합으로 요약됨
- 독립채산제의 강화, 사회주의분배원칙의 올바른 실시 등은 북한이 오래 전부터 강조해 오던 것들임
- 임금과 전반적인 가격(특히 쌀 가격)의 조정이 새로운 것이라고 할 수 있음
◦현재의 조치들을 즉각적인 시장화 또는 화폐화라고 볼 수는 없지만, 북한이 주장하는 대로 단순히 경제관리방법의 개선이라고만 평가하기도 곤란함
- 북한 당국의 의도-공식적으로 표현된-가 사회주의경제관리의 개선 또는 완성이라고 하더라도, 정책의 결과는 경제관리방식의 변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음
- 분권화와 인센티브 강화와 관련해서는 이번 조치에서 구체적인 내용이 부족하지만, 독립채산제와 사회주의분배원칙의 강화를 주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본 방향은 분권화와 인센티브 강화로 가고 있음에 분명함
◦‘경제 상황의 개선에 따라 경제관리방식을 정비하고 경제성장의 바탕을 구축하기에 이르렀다’는 판단보다는 ‘경제성장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왜곡된 가격체계와 경제관리방식을 정상화하려고 한다’는 판단이 좀더 정확할 것임
- 두 가지 요소 : 정책결정자의 상황 판단, 정책결정자의 중장기 전망
- ‘북한 경제의 현재 상황에 대한 자신감’보다는 ‘개혁을 통한 경제성장의 추구라는 의지’가 앞섰다고 판단됨
․설혹 자신감의 표출이라고 하더라도 객관적인 지표는 낙관적이지 않음
․최근 북한 지도부는 자신들의 낡은 담론체계 속에 끊임없이 변화의 신호를 담아서 내어보내고 있었으며, 대외관계 개선에 노력을 기울여 왔음
◦최근 경제정책의 성공 여부를 평가할 두 기준은 지속적 물가상승의 억제, 건전한 국가재정의 구축임
- 물가상승의 억제는 북한 경제의 전반적인 공급 역량을 평가하는 기준이, 국가재정의 건전한 운영은 성장을 위한 자원의 보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것임
- 짧게는 3 개월, 길게는 1 년 정도의 기간 안에 인플레이션과 재정압박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음
◦북한 경제정책의 변화와 관련하여 남한은 북한 경제의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부작용에 대해 북한 경제가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강구하여야 할 것임
- 1970년대 이후 북한의 경제정책과 경제성과를 볼 때, 북한 당국의 정책적 역량-상황 인식, 정책 구상, 정책 집행 등과 관련한-은 결코 높게 평가될 수 없음
- 북한 경제의 움직임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어야 함
․인플레이션과 재정압박에 대한 대응은 빠르면 빠를수록 효과적임
- 북한 경제의 공급역량 증대를 위해 일차적으로 대외지원을 확대하고 남북경협을 포함한 대외경제관계 확대를 유도해야 함
2. 몇 가지 세부적 논의
◦ 임금 인상이 주민들의 생활 향상에 기여했는가?
- 고정월급을 받는 주민들(당·국가·사회단체 관료, 공장·기업소 노동자 등)에게는 실질임금의 향상 효과가 있을 것임
- 단, 물자공급이 원활하거나 암시장이 통제된다는 전제하에서 가능함
◦ 새로운 가격결정시스템이 존재하는가?
- 북한의 주장에 따르면, 쌀의 가격은 생산원가·국제가격·수요-공급을 고려하여 현실에 맞게 조정되었지만, 가격체계 전반은 수요-공급의 균형을 고려하면서도 여전히 중앙과 지방행정 단위가 조정할 수 있음
- 이러한 북한의 주장으로부터 사회주의적 가격체계 왜곡이 사라졌다고 성급하게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가격체계 왜곡의 범위가 점차 줄어들 것이라는 판단은 가능함
- 문제는 새로운 가격체계를 결정할 기본 원리가 정립되었는가 하는 것임
◦인플레이션은 예방될 수 있는가?
- 두 가지 요소 : 공급의 문제, 가격체계의 문제
- 새로운 가격결정시스템이 확고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면, 북한 지도부는 인플레이션 압박뿐만 아니라 인플레이션을 통한 거시경제조정(물자부족 해소, 암시장 억제 등)이라는 유혹도 받을 것임
- 결과는 파국적일 수 있음
◦쌀의 배급제는 유지될 수 있는가?
- 배급표보다 현금이 쌀을 구매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 된 상황에서 배급표를 통한 배급유지란 무의미함
- 배급표(구매할 수 있는 권리) 자체가 거래의 대상이 될 수 있음
◦ 가격체계조정에 따른 자원배분의 변화는 없을 것인가?
- 농산물과 공산물의 가격체계가 변화함에 따라 공업 분야의 자본축적원천이 축소될 것이며, 이 문제는 정부 지원으로만 해결될 수 있음
- 이는 임금 인상분과 함께 정부 재정에 대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할 것임
경제개선 조치는 극심한 식량난에 따른 고육지책
남성욱(南成旭,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경제학박사)
최근 북한경제 변화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시장경제의 본격적인 시동이라든가 중국개혁을 답습한다는가 여러 가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는 북한 경제체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금번 북한경제의 변화는 적극적인 개혁조치라기보다는 심각한 식량난에서 비롯된 불가피한 조치들이다. 북한의 식량사정을 조금만 주의 깊게 파악하면 결론은 정확하게 도출할 수 있다.
북한의 곡물은 지난해 국제식량농업기구의 현지조사 결과 354만 톤이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었다. 북한의 최소 식량소비량인 500만 톤에서 147만 톤이나 부족하다. 부족량은 외국으로부터 상업적 수입과 인도주의적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상업적 수입은 북한의 외화 부족으로 여의치 않다. 태국으로부터 쌀 수입협상이 진행되었으나 과거 외상값의 미해결로 확정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는 부시행정부의 출범과 대북 식량지원에 대한 회의감 만연으로 피로감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아프가니스탄이나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식량지원 순위에서 뒤로 밀리고 있다. 한국정부의 쌀 지원계획도 서해교전으로 없었던 일이 되었다. 재고미로 대북 지원방안을 검토하였던 일본도 미국과 보조를 맞추어 뒷짐을 지고 있다. 오직 중국과 베트남만이 일부 식량지원을 약속한 실정이다.
세계식량계획(WFP)은 금년에 북한에 60여 만 톤의 식량지원을 추진하고 있으나 회원국의 참여 저조로 목표량을 채우기 어려운 실정이다. 식량 재고는 이미 5월말부터 바닥난 상태다. 7월부터는 전국 각지에서 식량배급이 중단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6월까지 매일 국제기준 최소 식량(500g)에 훨씬 못 미치는 300g의 배급을 주었는데 7월부터 200g으로 줄였다. 국제기구는 다섯 살 이하의 어린이 중 절반이 영양실조 상태라고 보고하고 있다. 최소 백 만 톤 이상의 식량이 모자란다.
이제 일반인민을 상대로 한 배급제는 물리적으로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정부 양곡창고에 쌀이 없는 데 어떻게 배급제를 유지할 수 있겠는가. 다만 당원이나 국가기관 근무자들에 대해서는 체제유지 차원에서 배급제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인위적으로 배급제를 앞장서서 폐지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쌀 배급제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기본이며 북한이 과거 남측보다 먹는 문제를 쉽게 해결하던 시절 북측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할 때 주로 사용하던 ‘주요 메뉴’이었던 만큼 공식적으로 폐지를 공식화할 수 없다. 배급제 폐지에 대한 정치적 부담은 북한체제의 존립 기반을 위협할 정도로 강력할 것이다.
일반 주민들은 더 이상 당국에 의존할 수 없게 되었다. 개인이 스스로를 책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최근의 현실적 조치들은 북한사회에 다음과 같은 영향을 줄 것이다..
첫째, 수요와 공급의 원리가 적용되는 농민시장이 주민들의 진정한 삶의 현장이 되어 가고 있고, 정부도 이를 묵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 북한당국은 시장경제의 발흥을 두려워하여 농민시장이 활성화되는 것을 주기적으로 단속한 바 있으나 금번 경우, 가을 추수기인 10월까지는 농민시장이 활발하게 가동될 것이다. 그러나 농민시장의 번창으로 국가계획경제의 근본이 흔들린다고 판단할 경우는 언제든지 규제조치를 취할 것이다. 체제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사경제를 방치하지는 않을 것이다.
둘째, 부수적으로 물가, 환율 및 임금인상 등 사경제와 계획경제의 격차를 메우는 각종 정책들이 묵시적으로 도입될 것이다. 8월 1일부터 원(元)화의 달러 환율을 기존 2.15원에서 150원으로 평가절하하고 임금을 대폭 인상1)하였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된 물가인상 조치는 인상폭이 훨씬 크다.2) 농민시장의 수요초과는 필연적으로 물가상승을 유발하고 배급제 중단에 따른 화폐임금의 인상 또한 불가피하다. 임금과 화폐인상은 개혁적 성격이라기보다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들에 불과하다. 암시장을 움직이는 이차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농민시장가격과 국정가격을 일치시키는 조치들을 취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셋째, 농민시장이 활성화되고 배급제가 폐지되었다고 식량난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공급되는 식량은 일부 개인텃밭 생산량이나 중국 국경무역으로 들어오는 정도에 불과하다. 필자는 식량난이 최악이었던 지난 98년의 북한 사경제 규모를 추정한 결과 전체 경제 중 27%를 차지하였던 것을 분석한 바 있다. 이 정도 비중의 식량이 농민시장을 통해 주민들에게 공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소 소요량을 맞추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앞으로 능력 있는(?) 주민들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식량을 조달할 수 있으나 노약자 등의 사회적 취약계층들은 그나마 배급제라는 사회적 안전망 밖으로 내던지게 되었다. 다시 한번 대규모 기근에 의한 아사자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일반 주민들의 눈물겨운 식량 조달노력이 지난 90년대 중반처럼 전개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북한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은 극심한 식량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사회주의 국가가 식량공급 여력이 있는 데도 배급제를 폐지한다는 발상은 순진한 것이다. 시장경제 개혁이라는 흥분보다는 북한 식량난의 이면을 직시하여야 할 것이다. 모든 경제개선 조치를 평가하는 기준은 계획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보완하는 차원에서 이해되어야지 시장경제의 도입이라는 시각을 강조할 경우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북한의 최근 일부 변화조치가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 단계와 유사한 측면을 보이고 있는 점도 있다. 중국의 가격체제 개혁은 선별적 가격조정으로부터 시작해 점차 가격에 대한 정부통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됐다. 북한이 최근 시행한 생필품 가격 및 임금인상 조치와 배급제 작동 축소 등은 이미 통제기능을 상실한 국정가격의 기능을 상당부분 축소시키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러시아의 이타르타스통신이 7월 23일 “북한의 경제개혁은 그 동안 국가가 무료, 혹은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해오던 재화와 용역 서비스의 종류를 최소화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고 지적한 것도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은 성급한 측면이 있다. 북한의 경제체제는 정치와 경제가 한꺼번에 맞물리는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을 기초로 운영되고 있다. 아무리 바람직한 경제개선 조치도 정치적인 체제위협이나 사회주의의 근간을 흔들 우려가 있을 경우 도입되지 않는다. 북한의 이데올로기 경직성은 여타 기존 사회주의 국가와는 다른 독특한 측면이 강하다. 1976년 마오져뚱(毛澤東) 사망이후 집권한 뎡사오핑(鄧小平)이 마오이론을 근간으로 한 중국체제의 변화를 쉽게 이끌어낼 수 있었던 것과는 근본적 차이가 있다.
향후 북한의 지도부는 일부 분야에서는 최소한의 시장경제 조치들을 계획경제와 공존시킴으로써 경제구성원들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데 주력할 것이다. 사회주의 경제 역시 자본주의 경제처럼 심리적인 측면이 강해서 경제주체들의 참여의지가 중요하다. 그간 북한 경제는 지난 90년이래 마이너스 성장을 극복하고 99년부터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으나 2001년 경제규모는 지난 93년경에 비해 60%내외에 머무르고 있다. 자본재 부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지원과 근본적인 개혁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여건은 기본 경제조치의 답습을 가지고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북한의 지도부가 인식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나 현실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일부 분야에서 부분적인 시장경제 도입을 통해 ‘유연한 계획경제’로 전환하여 경제체질을 강화하는 정도는 수용할 수 있으나 ‘수령제 정권’을 위협하는 수준의 개혁적 조치를 기대하는 것은 북한체제의 경직성을 과소 평가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성급한 진단보다는 북한경제의 실상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한경제의 변화와 대응
온기운(매일경제신문 논설위원)
- 최근 북한경제의 변화와 제7차 남북장관급 회담 개최 등 일련의 변화 움직임은 남북경제협력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가능성을 제공
- 북한의 환율상승은 북한에 대한 투자를 용이하게 해주는 요인으로 작용
․이전과 동일한 자금(달러화 혹은 원화 기준)으로 더 많은 북한 물자를 확보할 수 있음
․다만 북한의 임금과 물가도 상당히 올라 이러한 긍정적 효과를 부분적으로 상쇄
- 물가인상은 증산의욕을 불러 일으켜 경제활동을 전반적으로 활성화해 주는 측면도 있을 것임
- 그러나 식량 등 물자가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실질소득이 감소해 사경제 종사자들의 생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우려도 있음
․환율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도 우려
- 따라서 북한은 남한과의 화해무드를 조성해 쌀 등 남측의 물자지원을 얻어내야 하는 측면이 있음
․북한이 8월 하순에 개최될 제2차 남북경제협력위원회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은 남한의 쌀 지원을 얻어내는 것일 것임
- 남한측은 식량지원의 전제조건으로 남북군사당국자회담 개최 등 북한의 군사적 보장을 이끌어내야 함. 이는 제7차 장관급회담의 합의사항을 실천케 하는 안전판이 될 수 있음
․과거 각급 남북회담에서 도출된 적지 않은 합의사항들이 ‘군사보장 합의’ 뒷받침이 없어 진전을 보지 못한 바 있음
- 남북경협 관련 4개 합의서의 발효를 추진하기 위해 북측 후속조치 이행을 촉구하며, 우리 국회도 긍정적인 접근을 해야 함
- 남한의 영종도와 송도, 김포 등을 중심으로 한 비즈니스 허브 구상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협력도 필요
․남북간 도로 및 철도 연결은 물론 남한에서 북한을 거쳐 유라시아 대륙으로 통하는 육로 수송망을 확보해야 함
․TSR 혹은 TCR 중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할지를 명확히 결정하고 북한 등 관계국과 협의를 해야 함
- 서해교전으로 중단된 남한의 대북 이동통신 협력 사업도 가급적 조속히 재개할 필요가 있음.
북한의 경제정책의 변화: 의도와 파급효과 및 대응책
임강택(통일연구원)
1. 추진 배경과 북한의 의도
◦ 경제난의 와중에서 국가의 공식경제부문에 대한 계획 및 관리체계 와해
- 공식부문을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성실한 노동자·농민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주고 공식부문의 생산을 증대시킬 수 있는 경제적 유인이 필요하였음.
- 임금 인상과 농산물의 수매가격 현실화를 통하여 노동자들을 사경제부문에서 직장으로 불러오고, 농민들의 생산의욕을 고취함으로써 공식부문의 생산활동을 정상화시키고자 함.
- 결국 정부의 경제부문에 대한 계획 및 관리·감독 기능을 회복하고 비대해진 사경제부문을 공식부문으로 흡수하기 위해서 임금·가격의 현실화와 경쟁시스템 도입이라는 개혁적인 조치를 취한 것으로 판단됨.
◦ 경제난이 계속되면서 정부의 재정부담이 급증
- 생필품의 저가 공급정책으로 인하여 정부의 재정지출은 계속되는데 반하여 가동율 저하로 재정수입은 제한되어 있어 정부의 재정압박이 가중되었을 것으로 판단됨.
- 이에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따라서 무상공급 성격의 정부 지원·보조를 삭감하였으며, 개인의 생산성과(기여도)에 철저히 기초하여 소득이 결정되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입함.
- 동시에 화폐가치를 축소시킴으로써 정부의 재정부채를 10배 이상 줄여서 신규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됨.
◦ 공식·비공식적인 경제활동을 통해서 자본을 축적한 ‘신흥자본가’의 출현으로 기층세력의 불만 확대
- 일부 권력층과의 결탁하에 공시·비공식적인 개인적인 경제활동을 통하여 치부한 ‘개인사업가’가 등장하면서 대다수 핵심계층의 불만 증대가김정일정권에 부담으로 작용함.
- 이들에게 유리한 방식의 차별화된 임금 인상 조치와 전반적인 물가 인상을 통한 치부 재산의 가치 절감은 이들의 불만을 무마하려는 의도가 큰 것으로 보임.
- 이와 함께 식량·상품 배급 등을 통하여 공식부문에서의 경제활동에 대한 보상체계를 강화해 나가고있는 것으로 판단됨.
◦ 식량을 포함한 생활필수품에 대한 만성적인 과수요와 공급부족 현상의 악화
- 사회주의 국가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소비품 부족 현상이 경제난을 거치면서 더욱 악화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돈이 있어도 상점에 살 물건이 없어서 장마당을 이용하게 되었음.
- 이처럼 공식부문에서는 생산품 부족과 구매력 과다라는 실물경제와 화폐경제의 불균형이 계속해서 확대되어 왔음.
- 임금 인상과 전반적인 물가 인상은 주민들의 구매력을 10-20배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어 불균형을 다소 완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됨.
- 동시에 생산증대를 위한 방법으로 기본적인 소비생활의 보장에서 생산자 우대를 통한 생산 증대 도모로 가격 및 보수체계를 재조정한 것으로 평가됨.
◦ 주민들의 기본생활을 보장해야 한다는 국가의 책임을 다하지 못함에 따라 국가의 명령 및 통제체계가 와해됨.
- 이번 조치를 통해 기존에 국가의 책임으로 되어 있던 것을 최소 부문 만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개인의 책임으로 바꾸었음.
- 따라서 앞으로 국가는 책임은 적게 부담하고 권한은 계속 유지하는 방식으로 국민경제의 관리체계를 개편해 나갈 것으로 예상됨.
◦ 북미관계의 개선 노력이 정체상태에 빠짐에 따른 돌파구 마련이 필요
- 북한에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부시 미국 행정부의 등장으로 안보에 위협을 느끼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개혁·개방의 조치들을 통해서 미국내 대북 강경분위기를 완화시키고자 한 것으로 판단됨.
- 또한 한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에 개방적인 이미지를 확산시킴으로써 미국의 강경책에 반대하는 여론을 조성함과 동시에 경제지원을 확대하고자하는 의도도 있을 것으로 보임.
2. 이번 조치의 성격
◦ 북한의 이번 조치가 갖는 성격은 국가의 경제에 대한 계획·관리 기능 강화라는 목표 하에서 취해진 경제관체계의 개선 조치(부분적인 개혁정책)이라고 할 수 있음.
- 동시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다른 사회주의 국가들에서 추진되어온 개혁·개방정책의 출발점으로 평가할 수 있음.
◦ 이번 조치의 중요성의 하나는 일반주민들의 경제생활에서의 사고방식을 완전하게 전환시키도록 강제하는데 있음.
- “국가에 의지하거나 기댈 생각은 말고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먹고살아라”라는 메시지를 줌으로써 미래를 어떻게 설계해 나갈 것인지에 대해 불안과 혼란에 빠져 있을 것임.
- 그 동안 사경제부문을 통해서 생계를 꾸려오기는 했으나 경제가 나아지면 예전처럼 국가가 기초생활을 보장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살아 왔는데 이번 조치로 그 기대감마저 사라지게 된 것임.
◦ 북한은 장기간에 걸쳐 이번 조치를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후계자문제와 연계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음.
- 이번 조치가 성과가 있을 경우 이를 기획한 인물을 새로운 지도자로 부상시키고자하는 계획이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큼.
3. 예상되는 파급효과 및 추가적 조치
가. 주민들의 심리적인 불안·불만 가중
◦ 이번 조치가 자신의 생활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 불안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짐.
- 여기에 정부에 대한 불신이 겹치면서 최근 시장에서 사재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함.
◦ 경쟁시스템이 강화됨에 따라서 비공식으로 나타나던 빈부의 격차가 공식화되는 계기가 됨.
- 이번 조치가 제대로 성과를 이루어내지 못할 경우 이것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심화될 가능성이 큼.
◦ 경쟁시스템 도입이 동반하게될 분권화 조치는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화를 유도하게 될 것임.
- 이에 따라 일반 주민들의 정치·사회적 자유, 권리에 대한 욕구가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됨.
나. 인플레이션 현상
◦ 우선 대폭적인 생활비(임금) 인상으로 인하여 통화발행의 필요가 대두되고 있으며 이로 인하여 통화팽창의 요인이 발생함.
- 또한 더 큰 폭의 물가인상 조치는 장마당의 가격 인상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
- 따라서 중분한 물자가 공식부문을 통해서 공급되지 않는다면 시장가격의 추가적인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됨.
- 시장가격과 국정가격의 격차가 다시 확대될 경우 북한당국은 임금과 가격을 재조정할 가능성이 있어 초고속 인플레이션 현상이 야기될 것으로 보임.
다. 단기적인 공식부문 활성화
◦ 최소한 단기적으로는 공식경제부문의 생산이 증대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되나 공식부문에서 노동자·농민들의 기초 생활을 보장하지 못할 경우 생산증대 효과는 제한적일 것임.
-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장마당의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판단되나 장기적으로는 공식부문과 비공식부문이 자연스럽게 교류하는 현상이 야기될 것으로 보임.
◦ 최근 북한당국이 장마당을 통제하고 있다고 하는데 공식부문의 공급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장마당 활동을 억제하는 것은 힘들 것으로 판단됨.
- 이 경우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보이며 당국이 강경책을 고수할 경우 경제적 혼란상태가 야기될 가능성도 있음.
라. 기업의 흥망과 이에 따른 개인의 소득차이 확대
◦ 공장, 기업소들에게 재정상의 자립을 강조하는 독립채산제 강화 조치로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스스로 그 책임을 지게 되었음.
- 경영능력이 부족하거나 변화한 환경에 빨리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의 활동은 제약을 받게될 것임.
- 아직까지 기업파산의 문제까지는 제기되지 않은 것으로 보임.
◦ 거둬들인 성과만큼 분배를 받는 사회주의분배원칙의 강조에 따라 개인간의 소득차이는 커지게 될 것으로 보임.
- 공장, 기업소의 실적과 개인의 능력 및 노력의 정도에 따라 근로자들의 소득 격차가 커질 수 잇게 되었음.
마. 예상되는 추가 조치
◦ 가까운 시일내에 고액 화폐의 발행과 환율의 현실화가 예상됨.
- 물가가 전체적으로 10배 이상 인상되었기 때문에 고액화폐의 필요성이 대두됨.
- 또한 환율의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바, 최소한 100배에 가까운 수준으로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평가됨.
◦ 경제사범에 대한 단속이 강화될 것으로 판단됨.
- 공식부문을 강화하고 사경제부문의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해서 그동안 눈감아왔던 비법활동에 대한 단속 등 경제사범에 대한 당국의 통제를 강화하는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예상됨.
◦ 개혁적인 조치가 실효성을 거두는데 필요한 외부의 자금을 도입하기 위해서 추가적인 개방조치가 제시될 것으로 예상됨.
- 이 과정에서 남한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으로 판단되는 바, 이번의 조치가 향후 남북관계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평가됨.
- 같은 맥락에서 대미·일 대화 노력을 확대하여 관계를 개선시키고자 할 것임.
4. 문제점
◦ 북한의 이번 조치는 북한당국이 충분한 물자공급을 통하여 2-3년 정도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때, 성과가 나타나고 정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임.
- 따라서 그 동안에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식량과 생필품을 중심으로 한 국가의 유통체계의 정상적인 가동이 급선무가 될 것임.
◦ 특히 식량을 비롯하여 기본 소비품의 공급이 국가 상점에서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공장의 원자재와 에너지 문제가 해소되어야함.
- 그렇지 못할 경우 국가경제의 비공식부문에 대한 의존은 계속될 것이며 공식경제부문의 정상화라는 이번 조치의 목표는 달성되지 못할 것임.
◦ 현재로서는 북한당국의 공급능력이 충분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주변국가들과 국제사회의 지원과 적극적인 투자가 뒤따르지 않는 한 공급부족으로 인한 시장가격의 인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임.
- 특히 에너지의 부족과 설비의 노후화로 인하여 공장의 가동율이 20%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자체의 능력으로는 이를 해결하기 힘들 것으로 판단됨.
- 이 경우 이번의 경제조치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실패로 끝날 것임.
5. 우리의 대응책
◦ 우리의 최우선 목표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 우리에게 가능한 수단과 방법은 무엇인가?
◦ 어떻게 실행하여야 할 것인가?
북한의 최근 경제정책 변화와 대응 방안
황진훈(한국산업은행)
1. 북한의 경제 현황
◦ 북한 경제는 이른바 “3난(외화난, 식량난, 물품난), 3저(국제경쟁력 저하, 근로의욕 저하, 기술수준 저하), 3악(제품 조악, 생활환경 열악, 기계설비 낙후)으로 인하여 구조적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음
- 한국은행의 북한 GDP추정에 의하면 최근 2~3년간 플러스 성장을 보이고 있으나 북한 경제는 여전히 식량난과 경쟁력 저하, 근로의욕 저하, 대규모 자본 감소 등으로 인해「빈곤 함정(Poverty Trap)」상태에 있는 것으로 평가됨
◦ 따라서 북한 내부의 자생력만으로는 이러한 악순환을 탈피할 수 없고 외부의 원조나 협력이 필수적인 상황임
◦ 그러나 북한의 대내외적인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하여 실질적인 개혁․개방을 통하여 외부 원조나 교류를 확대해 나가는데는 한계가 있음
- 외자 유입의 성공이 경제회생에 중요한 관건인데 이를 위해서는 미국, 일본 등과의 관계 정상화가 중요함
2. 최근 경제정책 변화의 의미
◦ 일반적인 의미의 개혁․개방정책은 농업개혁, 기업개혁, 재정․금융 개혁, 무역 등 전 분야에 걸친 변혁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러한 정책이 적절히 집행될 때만이 서로 상승효과를 발휘해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음
-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대외개방을 중심으로 점진적인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개혁 방식과 경험을 참고할 필요가 있음
․중국은 1978년부터 자력갱생정책을 포기하는 한편 개방정책을 채택함으로써 외국자본에 의한 국내산업개발과 수출확대전략을 연계시키는 정책을 고수해왔음
․특히 경제특구를 대외개방정책의 창구로 활용하면서 대내적으로는 농업, 기업 개혁, 재정․금융개혁을 동시에 실시하였음
◦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필요조치(예시)
- 농민들의 근로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해 토지사용권 분배 등 협동농장체제의 개혁, 농산물가격결정체계 개혁 등이 있어야함
- 외자유치, 수출 확대 등을 위해서 상품시장, 금융시장 등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외국인 투자 보장, 금융환경 및 시스템 변화 등 경제개혁 조치가 뒷받침되어야 함
․이러한 조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북한내 SOC의 열악, 내수시장 규모 협소, 경제시스템의 폐쇄성 등으로 인하여 상업적 차원의 외국투자유치는 상당한 기간동안 어려울 것임
- 기업들이 자율적으로 생산과 판매 활동 등을 하게 하는 조치가 있어야 기업의 생산력 제고를 가져올 수 있을 것임
․이러한 조치가 있다고 하더라도 에너지 부족, 원자재 부족 등으로 기업 생산활동을 확대하는데는 한계가 있음
- 금융시스템도 경제개발에 필요자금의 조달 등 주도적 역할을 해 나가도록 단일금융시스템에서 복수금융시스템으로 전환하여 정책성뿐만 아니라 상업성 기능도 확보해 나가야 함
북한의 경제정책 변화의 의미와 예상 결과
북한의 경제 조치 |
북한 당국의 의도 |
실제적 결과(예상) |
물가 및 임금인상 |
재정수입 증대, 지하경제 흡수 구매력 유지, 노동인센티브 부여 |
물자공급 확대가 뒤따를지 않을 경우 인플레이션 악화에 따른 경제 혼란 가중 |
배급제 폐지 |
재정부족 해소, 근로자의 생산의욕 제고 |
정부 당국의 주민에 대한 지배권 약화 |
환율 현실화 |
재정수입 증대, 지하경제 흡수, 화폐의 정상적인 기능 회복 |
북한내 경제활동에는 영향이 미미하며 생산성 향상 등이 지연될 경우 평가절하는 지속될 것임 |
공장 등의 인센티브확대 |
근로자의 생산의욕 제고 |
富의 편중의 심화와 사회불만 요인 증대, 에너지 부족 등으로 낮은 수준의 공장 가동율 지속 |
3. 남북교류 전망과 대응방안
가. 남북교류에 미치는 영향과 전망
◦ 북한 당국은 위에서 살펴본 일련의 경제정책 변화가 효과를 보기 위해서 남북교류나 중국 등을 통하여 필요한 식량, 외화자금 등을 확보하려 할 것임
- 그러나 이러한 경제정책 변화는 북한 경제를 호전시키기 보다는 북한 경제의 주변국(중국, 남한, 일본 등)에 대한 의존성을 더욱 높일 것으로 보임
◦ 예를 들면 북한이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식량, 에너지, 원자재 등을 남북교류나 KEDO의 경수로사업을 통해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인
- 북한으로 반출되고 있는 식량, 비료 등 대북 무상지원물자, 경수로 사업물자 및 KEDO지원 중유, 그리고 금강산개발 관련 물자 및 외화는 북한 경제 전반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것들임
◦ 즉 남북경제 교류는 북한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어 북한 입장에서는 체제에 영향을 주지 않는 한 이를 유지․확대해 나가려 할 것이고 남한 정부도 포용정책적 입장에서 위해서 남북화해 분위기를 유지와 남북교류 확대를 도모할 것임
◦ 한편, 민간 특히 국내기업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저임 노동력을 활용한 가격경쟁력 개선 및 수익 제고를 위하여 위험부담이 큰 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남북경협보다는 위탁가공교역 중심의 교류를 선호할 것으로 전망됨
- 정치적 요인으로 남북경제교류가 확대되는 것보다는 상업차원에서 북한의 저임노동력을 활용하는 위탁가공교역중심의 교류가 확대되어 상호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함
나. 금융기관의 대응방안
◦ 북한의 열악한 경제상황과 북미관계를 중심으로 한 주변국과의 관계가 복잡하게 전개되는 등을 감안하여 대형 경제협력 사업을 무리하게 지원하기보다는 민간차원에서 상업적 교역이 활성화되도록 노력해야 함
- 경의선 연결, 금강산 육로관광 등 핵심사업은 DMZ 개방 등 남북군사 당국자간 협의가 없이는 불가능
◦ 특히 당분간 위탁가공무역 중심으로 남북경제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국내기업 앞 양호한 조건의 생산시설 자금이나 운영자금을 공급해 나가고 남북교역 관련 법․제도 구축과 안전장치 마련을 위하여 지혜를 모아야 할 것임
- 코레스계약 체결 추진, 경협기금 조성과 공급, 기업송금 원활화 도모
- 북한의 산업경제와 기업의 실태 분석 등을 통한 기업의 대북한 투자전략 수립 지원 등
◦ 본격적인 대규모 경협사업이 진행될 경우를 대비
- 미국, 일본 등 주변국들의 이해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발전설비 건설, 철도 연결 등 대규모 SOC구축 사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리스크를 최소화하며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 나감
- 국제기구나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Project에 주간사로서 참여 방안을 강구
- 대북 진출 국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 확대 방안 강구 등
최근 북한경제 정책 변화의 개혁적 의미와 전망
홍순직(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1. 주요 내용과 특징
◦ 개혁의 핵심은 배급제의 보급제로의 손질과 공장․기업소의 책임 경영 및 실적제 도입임
- 배급제의 일부 폐지(포기)는 계획 및 현물 경제체제에서 ‘화폐 경제체제’로의 변화와 함께, 화폐 개혁의 가능성을 시사함
⋅배급제의 수정은 심각한 경제난으로 인해 유명무실해진 배급제의 붕괴를 인정함과 동시에, ‘현물경제’의 배급제에서 수급에 의한 ‘시장경제’로 이행하는 중간 단계인 보급제의 ‘화폐경제’로의 전환을 의미함
⋅또한, 보급제로의 변화는 물가와 임금 인상, 환율 현실화 및 외화바꾼돈표의 폐지 등과 맞물려 화폐 단위의 평가절하 효과를 초래함으로써 간접적인 화폐 개혁 효과와 화폐 개혁 가능성을 시사함
- 물가와 임금 인상은 배급제 수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평가됨
⋅물가 인상은 배급제 실시로 인한 재정 부담의 한계 극복과 공적 영역의 확대를 위해, 임금 인상은 배급제 수정에 따른 생활비 보전과 생산성 장려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을 해석됨
- 공장․기업소 운영에 있어서 ‘지배인 책임제’와 ‘사업장 실적제’ 도입은 책임 경영 강화와 새로운 사회주의 분배 원칙의 적용을 의미함
⋅실리보장의 원칙을 적용함에 따라 평가 방법이 종전의 ‘노력일에 의한 평가’에서 ‘번 수입에 의한 평가’로 변경되었음
⋅이는 분배의 평등주의와 무임승차(free rider)를 없애고, 종전의 정치․사상적 자극에서 물질적 인센티브를 통한 새로운 분배 원칙을 적용하겠다는 의도로 평가됨
- 농업 부문의 개혁에 있어서도 ‘가족 영농제’를 도입함으로써 생산 주체의 자율권 보장과 물질적 인센티브 강화를 통한 생산 증대를 꾀하고 있음
2. 실시 배경과 의미
◦ (개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근본적 수정․변화라기보다는 계획경제 정상화를 위한 현실 경제의 궁여지책에서 비롯되었음
- (대내적) 지속된 경제난에 따른 사경제 부문 확대와 재정 부담 가중, 국가 경제 통제․관리 능력 약화 등의 부작용을 해소하고,
- (대외적) 보다 많은 외자 유치와 경제 지원을 얻기 위한 북미 및 對서방국 관계 개선에 있는 것으로 평가됨
◦ 첫째, 지속된 경제난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고육지책)임
- 1998년부터 주창해온 강성대국 건설과 체제 안정을 위해서는 비교적 안정된 정치․군사 부문을 바탕으로 경제 강성대국 건설이 최우선 과제임
◦ 둘째, 가격 현실화는 확대되는 사경제 부문을 흡수하고 공적 영역을 확대
- 가격 현실화는 국가의 가격 통제와 배급제의 명령경제에서 제한적이나마 시장 기능을 작동케 함으로써 국가 경제 유통망을 정상화하고 국가 경제의 통제․관리 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됨
⋅또한, 비공식 경제의 확산에 따른 개인 사업가의 등장으로 대두되는 기존의 핵심 계층 불만을 완화하고, 국가의 계획경제 운영 능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도 포함된 것임
- 실적제 도입은 노동력 동원 방식의 質的 발전을 의미함
⋅이는 새로운 사회주의 분배 원칙의 구현뿐 아니라 과거 노동시간(量的) 연장 형태의 노력 동원 운동이 생산성 향상을 통한 質的 동원 운동으로 한 단계 발전될 수 있을 것임을 시사함
◦ 셋째, 가중되는 재정 부담 완화를 통해 새로운 경제 계획 수립의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음
- 배급제의 高수매가 - 低판매가에 따른 가격 편차 보상금 지급으로 만성적인 재정 적자 부담이 커지고 있음
⋅이는 북한 경제 회복과 국가 경제력 강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과 새로운 경제 계획 수립에 최대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을 것임
- 또한, 환율 현실화는 달러로 환산한 재정 적자 부담을 줄임으로써 대외적인 재정 건전화로의 시정 의미도 있을 것임
⋅환율 100배 인상은 달러화 표시로의 재정 적자를 1/100로 축소하는 효과
◦ 넷째, 더 많은 대외 경제 지원 확보를 위한 이미지 개선의 필요성도 증대
- 최근 북한은 소강 상태의 남북 관계와 금강산 관광사업의 부진 등으로 외화 수입이 크게 감소
- 따라서 외화난과 소강 상태의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가시적인 개혁․개방 조치 등을 통해 부정적인 대외 이미지 개선 노력이 필요
3. 평가와 향후 전망
◦ (평가) 계획경제에 자본주의 시장경제 요소를 접목시키는 ‘북한식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태동을 알리는 시발점으로 평가됨
- 단기적으로는 시장경제로 전환하기 위한 개혁 조치라기보다는 우선은 흐트러진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틀을 바로잡고 체제 강화를 위한 것으로 평가
-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한계를 인정하고, 자본주의 시장경제 요소를 가미한 새로운 경제 정책으로의 변화 가능성을 예시함
⋅이데올로기 변화는 언제나 현실적 변화보다 늦을 뿐 아니라,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 경향이 있으며, 더욱이, 북한의 정치․사상적 경직성을 고려한다면 이번 조치가 단순히 계획경제 강화만을 위한 것은 아닐 것임
⋅따라서 이번 조치는 중앙 통제 중심의 ‘명령형’ 계획경제에서 중앙과 지방의 역할 분담 혹은 인센티브와 지방경제 활성화를 통한 ‘유도형’ 계획경제로의 변화를 시사하며,
⋅이는 계획경제에 자본주의 시장경제 요소를 접목한 ‘북한식 사회주의 시장경제’(북한식 표현으로는 ‘주체적 경제관리 개선’)로의 독특하고도 새로운 정책 변화를 예고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의 첫걸음’이라고 할 수 있음
◦ (전망 및 파급 효과) 이번 조치의 성공 여부는 생산과 공급 능력 확대를 통한 물자의 수급 균형이나, 현재의 경제 인프라 수준에서는 불투명함
- 북한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나름대로는 충분한 사전 준비를 해왔음
- 그러나 ‘빈곤의 함정’(poverty trap)에서 탈피하지 못하고 중단 상태의 ‘성장 엔진’이 정상 가동되지 않을 경우, 공급 부족에 따른 높은 물가 불안과 사회 혼란이 예상됨
⋅우선 당장은 생필품과 소비재 부문의 공급 능력을 확대시켜 물가를 안정시키는 거시경제 안정화 정책이 시급함
⋅경제적 성과는 제도 개혁과 주창만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며, 공급 능력(capacity) 확대를 위해서는 자본과 노동, 기술 등의 생산 요소 투입 증대를 통해서 공급의 가격 탄력성을 높여야 함
⋅그러나, 원부자재와 에너지 부족, 설비 노후화와 30% 이하의 낮은 공장 가동률, 경제주체들의 경직된 사고와 낮은 수준의 기술, 저기능의 물류체계 등의 구조적 문제로 단기간 내 공급 능력이 확충되지는 못할 것임
⋅더욱이, 최악의 신용 상태에 있는 북한으로서는 소강 상태의 남북 및 북미 관계로 이들 국가는 물론, 국제기구로부터의 차관 도입도 싶지 않은 상태임
4. 성공을 위한 추진 과제
◦ (개관) 대내외적인 후속 조치 단행과 충실한 이행이 뒤따라야 함
- (대내적) 지속적인 개혁 추진과 경쟁체제 도입을 가속화해야 할 것임
⋅동시에, 산업 정책 조정을 통해 공급 및 성장 잠재력을 확충해야 할 것임
- (대외적) 개방과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충실한 역할 이행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더 많은 경제 지원을 받아내야 할 것임
◦ 첫째, 경제 주체들의 의식 개혁과 집단주의적 통제 방식의 변화가 요구됨
- 경제 주체들의 자발적 의식 개혁을 위해서는 자유경쟁체제와 사유재산제의 도입․확산이 전제되어야 함
- 또한, 여수신 기능 강화 등의 금융개혁을 통해 금융기관이 각 공장․기업소의 생산 활동 자금을 대출해주는 대신, 경영을 관리․평가하도록 해야 함
◦ 둘째, 산업 정책을 군수산업 위주의 중공업 우선 발전 전략에서 소비재 산업과 첨단 산업의 동시 발전 전략으로 재편해야 할 것임
- 우선 당장은 경제 안정화와 생산 정상화를 위해 농업과 경공업, 에너지 부문에 초점을 맞추는 전통적인 ‘혁명적 경제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임
- 그러나, 북한 경제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전통 산업보다는 과학기술 중시와 정보화․현대화․과학화에 바탕을 둔 ‘도약형’(leap-frog) 방식의 첨단산업정책과 병행 실시해야 할 것임
◦ 셋째, 불균형 성장 전략 추진을 통해 자본의 효율적인 재배치가 필요
- 빈곤의 함정에 있는 북한이 단기간 내 경제 성장과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입지 여건이 양호한 지역을 경제특구로 지정하여 북한내 모든 가용 자원을 집중 배치․투입시키는 전략이 필요함
- 경우에 따라서는, 일부 군수 공장․기업소의 통폐합 및 폐쇄를 통해 이 부분의 자본과 노동력을 새로운 성장 엔진 부문으로 이동․재배치시킬 필요가 있음
◦ 넷째, 경제 정책을 자립적․폐쇄적 민족경제 건설에서 벗어나 ‘유치를 통한 개발 촉진 전략’으로 전환해야 함
- 이를 위해서는 경제적으로는 경제특구를 지정․개방하는 동시에, 정치적으로는 남북 관계는 물론 북미 및 북일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것임
- 또한, 외자 유치와 수출 판로 개척을 위해 북미 관계 개선이 절대적인 만큼, 대량살상무기 확산과 전쟁 발발 예방을 위한 국제적 흐름에 동조함
◦ 다섯째, ‘상생(win-win)과 민족경제의 균형 발전’이라는 중장기적 관점에서 남한은 북한의 경제 개혁 변화를 적극 지원해야 할 것임 (‘북한 경제 회복 지원을 통한 변화’를 유도)
- 북한의 경제 개혁 변화는 한반도의 긴장 완화와 남북경협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 만큼, 남한은 다각적인 방면에서 이를 적극 지원해야 함
⋅(긴급 지원 분야) 단기적으로는 우선 당장의 식량과 전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남한의 잉여 쌀과 석탄 지원 문제를 재검토하고, 농기계와 영농기술 등을 포함한 농업구조 개혁 지원도 필요함 ➡ 이는 현금 지원이 아닌 현물 지원인 만큼, 투명성을 통한 국민적 지지 유도에도 용이할 것임
⋅(교육 및 연수) 북한경제시찰단의 남한 방문 및 교육․연수는 물론, 남북합동시찰단을 구성하여 사회주의 경제권과 체제전환국, 선진국 등의 우수 공단과 성공 사례를 함께 조사․연구함으로써 남한이 북한 경제 재건을 위해 진정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이 보이면서 상호 신뢰를 쌓아나가야 함
⋅(자본) 대외적으로는 해외 원조와 외자 유치를 위해 주변국의 협조를 유도하여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을 적극 지원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다자간 협력체제를 마련할 필요도 있음
- 북한도 ‘민족 문제의 자주적 해결’ 차원에서 통일경제의 미래상을 함께 연구․계획하고, 북한 경제 청사진 마련에 남한의 의견도 존중하는 ‘열린 마음’(open mind)를 가져야 할 것임
( 홍순직: sjhong@hri.co.kr, ☎ 031-288-73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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