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5/12 30

손주

나를 닮아 혈액형이 같고머리에 가마도 두개딸의 아기때 모습과 성품을 닮은걸 보면내 면류관이 분명하다.요녀석이 나타나면세상 근심 걱정이 도망가고아픈 몸도 힘이 솟으니마약과도 같은 만병통치약이다.알아들을 수 없는 말과 몸짓으로의사표현을 하는 걸 보면태어나기 전 천사의 가르침을 받았다는탈무드의 지혜를 떠올리게 한다.누가 손주 바보라 해도자랑하고싶은 마음 감출수 없으니내 눈에는 천재이고우주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천사이다.

차동길 시집 2025.05.12

절망 속에 핀 거룩함의 꽃

살다보면여기가 끝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모든 것을 빼앗긴 듯 상실감의 고통은잡힐듯 말듯한 희망마저 포기하게 하고깊은 절망 속으로 몰아 넣는다.절망의 늪은 평온하고 아프지도 않다.조그만 희망의 불씨도 후회도 없다.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원이 달라진다.안달복달하며 피하려고 했던 절망의 늪이이렇게 평온할 줄은 미처 몰랐다.절망의 늪에서 거룩함의 꽃이 핀다.

차동길 시집 2025.05.12

목련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는데이루지 못한 옛 사랑이 찾아왔나흰 옷 입은 천사가 창밖에서 서성이며므흣한 미소로 손짓한다작년 이맘때도 찾아왔는데그리움 쌓이니 또 보게 되는구나우아한 자태는 옛 모습 그대로인데고귀함은 더 깊게 다가오는구나너를 처음 만났을 때참 순수하고 깨끗한 마음이었는데이젠 숭고함마저 느껴지니또 얼마나 그리움으로 기다려야 할까

차동길 시집 2025.05.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