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붓 파란 하늘 도화지에바람 붓 휘저으니뭉게구름 비늘구름 그려지고파란 바다 도화지에바람 붓 휘저으니잿빛 파랑이 출렁인다.파란 들녘 도화지에바람 붓 휘저으니황금 물결 넘실거린다. 차동길 시집 2025.05.12
추억의 그림자 빗속을 걸으며받쳐든 우산에 떨어지는 물소리가을을 싣고 달려오는 바람소리첨벙첨벙 걸음걸이의 하모니가추억의 그림자와 소곤댄다.비가 몹시 내렸던 그날처음 만나 빗소리에 파묻혀낭만있는 대화를 나누었지오늘 비록 혼자 걷는 길이지만추억이 있어 그날처럼 아름답다.기억할까 그때의 빗소리를추억할까 그때의 낭만을 ᆢ 차동길 시집 2025.05.12
저녁 노을 눈덮인 나무가지 위저녁 노을의 붉은 숨결이하얀 침묵을 가르며철새 한 마리 홀로 날개를 편다.남은 바람마저 멎은 시간날갯짓은 외로움인가아니면 떠남의 자유인가멀어지는 그림자 뒤로노을은 마지막 빛을 지우고고요 속에서 묻힌다.그대 날개는 어디로 향하는가? 차동길 시집 2024.12.23
한양 도성길 걷기 서해랑길 이어 걷기 전 워밍업 좋은 친구와 한양 도성길 걷기로 인왕산과 백악산 등정 그리고 서울 도심지를 누빈다. 숨을 들이쉬면서 마음에는 평화 숨을 내쉬면서 얼굴에는 미소 내가 살아 숨쉬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경이로운 순감임을 느낀다. 내가 걷는 길에서 만난 수많은 나무, 돌, 흙 어느것 하나 내 생명과 관계없는 것이 없으니 내가 살아있는 이유이고 존재다. 차동길 시집 2024.03.13
꽃 앞에서 구슬붕이 꽃이 봄을 알리는데 동백은 소소리 바람이 매서운지 양지녘에 꽃잎이 움츠리고 있다. 한송이 꽃을 피우려고 긴긴 겨울을 지나고 햇빛과 비바람 심지어 벌레들까지 거들었을 일 자연은 꽃 하나도 버리지 않는데 사람은 왜 사람을 버리는 것일까 꽃 앞에서 문득 걸음을 멈춘다. 차동길 시집 2024.03.13
파도 해뜨기 전 먼저 파도소리가 새벽을 깨운다. 하얀 물거품을 휘몰아 치며 바다 속 찌꺼기를 토해낸다. 산비탈길 따라 오르며 파도소리에 맞춰 깊은 심호흡을 휘몰아 치고 마음 속 더러움을 토해낸다. 차동길 시집 2024.03.13
시골버스 삐그덕 삐그덕 덜컹 덜컹 한때는 도심지를 누비며 수 많은 사람의 발이 되었던 너였지 연륜이 차 온 몸이 찌그러지고 아파 시골길 돌맹이를 밟아도 앓는 소리 내는구나 서러워 말고 슬퍼마라 지금 네가 발이되어준 사람들도 너와 다르지 않으니 시골길 벗삼아 쉬엄쉬엄 다니렴 차동길 시집 2024.03.13
선착장 설레임으로 육지 간 누이를 기다리고 고기잡이 간 아버지를 맞이하는 곳 그리움으로 보고픈 부모형제를 찾아오고 기다리는 자식을 만나는 곳 그래서 선착장은 설레임과 그리움이 만나는 곳이고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 곳이다. 차동길 시집 2024.03.13
봄 지루하던 긴 겨울도 봄 물결에 물러나고 봄 햇살에 꽁꽁 얼었던 흙 풀리니 죽었던 풀줄기에서 새순(荀) 돋는다. 잎샘 추위도 꽃샘 추위도 소소리 바람도 명지 바람 앞에 무릎을 꿇었으니 한강 나루터에 봄배가 닿았구나. 차동길 시집 2024.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