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동길 시집 51

뿌리

1. 땅 속에서 전쟁이 벌어진다. 서로 종이 다른 뿌리들의 전쟁이다. 얽히고 섥히며 뿌리가 뿌리를 휘감는다. 땅 속에도 왕같은 뿌리가 있다. 2. 출가한 딸이 임신을 했다고 한다. 가끔 보내 오는 초음파 사진을 보며 생명의 뿌리를 생각한다. 생명의 뿌리는 하늘 나라로 뻗어 있겠지 3. 3차원 세계에서 사람이 어떤 씨앗을 골라 좋은 흙에 심고 물과 거름을 주며 가꾸듯 4차원 영적 세계에서도 하나님이 영의 씨앗을 골라 좋은 가정 좋은 부모를 통해 잉태한 아기에게 심는다. 사람이 씨앗을 심고 기르는 목적이 있듯 하나님도 목적을 갖고 영을 부어주셨으니 사람은 누구나 목적이 있는 삶을 산다. 4. 땅에 뿌린 씨앗이 잎을 내고 줄기가 자란다. 벌래가 잎을 갉아먹으니 잎이 마른다. 마른 잎을 떼어내고 약을 주어 식물..

차동길 시집 2021.10.16

가을

1. 파란 가을 하늘에 두둥실 떠가는 뭉게구름 이 모양 저 모양 자태를 뽐내며 공연한다. 가을 햇살 타고 내 마음에 들어오니 아! 평안하다. 저 뭉게구름 위에 누은듯 2. 넓은 들녘이 황금 옷을 입었다.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고개를 숙였다. 마주 앉은 가을 하늘에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 3. 온 산이 울긋불긋 새 옷 갈아입고 손님 맞을 준비한다. 윗 동네 소식을 누가 전해 주었는지 아랫 동네도 분주하다. 저 산골 마음 밭에는 벌써 가을이 왔나보다 손님이 다녀가면 쓸쓸하겠지 4. 오랜만에 구름타고 오는 가을을 맞이한다. 뜨겁게 달구었던 여름을 썰물되어 씻어가듯 흔적마저 지우려 한다. 내 고향에도 찾아온 가을 얼마나 힘겹게 견뎌왔을까 고개 떨군 벼를 보고 우리집 마님 사색에 잠기니 도솔이 쉬어가라 한다.

차동길 시집 2021.1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