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버스 삐그덕 삐그덕 덜컹 덜컹 한때는 도심지를 누비며 수 많은 사람의 발이 되었던 너였지 연륜이 차 온 몸이 찌그러지고 아파 시골길 돌맹이를 밟아도 앓는 소리 내는구나 서러워 말고 슬퍼마라 지금 네가 발이되어준 사람들도 너와 다르지 않으니 시골길 벗삼아 쉬엄쉬엄 다니렴 차동길 시집 2024.03.13
선착장 설레임으로 육지 간 누이를 기다리고 고기잡이 간 아버지를 맞이하는 곳 그리움으로 보고픈 부모형제를 찾아오고 기다리는 자식을 만나는 곳 그래서 선착장은 설레임과 그리움이 만나는 곳이고 만남과 헤어짐이 있는 곳이다. 차동길 시집 2024.03.13
봄 지루하던 긴 겨울도 봄 물결에 물러나고 봄 햇살에 꽁꽁 얼었던 흙 풀리니 죽었던 풀줄기에서 새순(荀) 돋는다. 잎샘 추위도 꽃샘 추위도 소소리 바람도 명지 바람 앞에 무릎을 꿇었으니 한강 나루터에 봄배가 닿았구나. 차동길 시집 2024.03.13
나트랑의 밤 강가에 홀로 선 바위섬에 구름이 내려 앉고 바다에 어둠이 내리니 나트랑의 밤이 깊어간다. 파도가 만든 하얀 솜사탕 모래서 허물며 바람 일으켜 나트랑의 더위 몰아내니 리듬에 맞춰 축배의 잔을 든다. 차동길 시집 2024.01.15
십자가 십자가 위에 선 태양 예수의 피가 흐르는 십자가 위에서 교회 앞 마당에 누운 순교자들의 영혼을 비춘다. 하늘에 소망을 두고 살았기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천국에서 만날 예수를 그리며 영인의 꿈을 꾸었으리라. 나도 그렇게 살고싶다. 차동길 시집 2024.01.15
송년(送年) 계묘년(癸卯年)! 빠르고 쉬운길을 가고 싶었다. 돌아보니 돌고 돌아온 에움길이었다. 때로는 희미한 자욱길 지나 좁고 좁은 고샅길 걸었고 때로는 호젓한 오솔기 지나 산비탈 자드락길 걸었으며 때로는 험준한 벼룻길 지나 소복이 쌓인 숫눈길 걸었다. 기쁜 마음에 많이 웃기도 했고 슬프고 아플때도 있었다. 그래도 충분히 행복했다. 2024년 갑진년(甲辰年)도 그럴것이다. 차동길 시집 2024.01.15